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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투자자 홀린 "보험 보장"…불완전판매 '키워드'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5.27 06:00 수정 2020.05.26 22:44

개인 손실 보험 아닌데…'100% 보상' 문구에 오해 소지 다분

불완전판매 사유 가능성에 촉각…금융당국 조사 향방 '주목'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인들 상당수가 보험을 통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매인의 말을 믿고 상품에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라임자산운용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인들 상당수가 보험을 통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매인의 말을 믿고 상품에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라임자산운용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인들 상당수가 보험을 통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매인의 말을 믿고 상품에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보험은 펀드를 만들 때 구조 상 필요한 요건일 뿐,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은 아닌 탓에 고객 손실 키우는 주범이 됐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자금의 흐름보다 이 같은 소비자 관점의 접근이 라임 펀드를 둘러싼 불완전판매 논란의 키워드가 돼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신한은행 라임 펀드 피해자 모임이 해당 은행에서 판매된 크레디트 인슈어런스(CI)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떠안은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3명의 응답자 중 58.1%인 25명은 과거 펀드 가입 시 보험을 통해 보장이 가능한 상품이란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CI 무역금융펀드는 해외 무역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총 2600억여원 어치가 팔렸다. 그런데 이 펀드를 실제 운용하는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 쉽게 말해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라임자산운용은 무역금융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다시 투자했는데, IIG가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게 된 탓이다.


문제는 라임 CI 무역금융펀드 판매 시 강조된 보험 보장이 이런 손실을 메꿔주는 내용이 아니란 점이다. 해당 펀드 상품명에 명기된 CI가 의미하는 이른바 신용보험은 개인 투자금에 대한 보장이 아닌, 무역금융펀드의 기반이 되는 무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라임 CI 무역금융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피해를 입게 된 이들은 가입 당시 금융사가 이 같은 신용보험의 성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신용보험이 투자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을 만큼, 판매인들이 '100% 보험 보상'이라는 측면을 수차례 강조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아예 이 보험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방지해주는 상품이라 설명하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이들의 주요 답변 사례를 보면 60대 회사원인 A씨는 "100% 보험 가입된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원금보장 상품으로 안내받았다"라고 했고, 50대 주부인 B씨 역시 "100% 신용보험 가입으로 원리금회수가 안전하게 보장되는 펀드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60대 중소기업 사장인 C씨는 "투자금 전액이 보험에 가입돼 원금과 이자가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설명에 가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정황이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사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의 기본 구조나 자금 운용, 원금 손실 여부 등 주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라임 CI 무역금융펀드에 연계된 신용보험이 고객 입장에서 투자 원금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오인될 여지가 큰 사안임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런 점을 악용해 소비자에게 접근했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라임 펀드를 들여다보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런 측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지원사격한 증권사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문적인 영역만큼이나 개인 투자자의 시각에서도 신경 써서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올해 초부터 금감원은 라임 펀드와 관련된 주요 증권사들을 상대로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증권사들이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는 과정에서 부실 징후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TRS는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는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실질적인 대출이다. 펀드 만기가 돌아오면 증권사는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하고, 투자자들은 나머지 대금을 분배받는다. 자산운용사가 TRS를 이용하면 설정액보다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게 돼 높은 이익률을 노릴 수 있지만,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커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CI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할 때 신용보험에 대한 안내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을 경우 고객이 이를 자신의 투자금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할 소지가 다분한 만큼, 불완전판매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측면의 검사가 불완전판매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금감원의 존재 의미에도 좀 더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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