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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안녕, 미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5.22 11:34 수정 2020.05.22 11:36

이주노동자 문제 꼬집어…지혜원 감독 연출

"무분별한 혐오, 차별적 시선 거둬야"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안녕 미누' 스틸.ⓒ창작소밈 '안녕 미누' 스틸.ⓒ창작소밈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주민의 수는 2018년 11월 기준 205만 4621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총인구의 4%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인 주민 수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장기체류 외국인(외국인 근로자·외국 국적 동포·결혼 이민자 등)이 165만 1561명(80.4%), 귀화자가 17만 6915명(8.6%), 외국인 주민 자녀(출생)가 22만 6145명(11%)으로 나타났다. 우리 삶 속에 다양한 이주민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속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안녕, 미누'는 한국 이름 '미누'로 불리는 네팔 출신의 국내 이주노동자 1세대, 미노드 목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스물한 살에 한국 땅을 밟아 18년 가까이 한국에 산 미누는 미노드 목탄이라는 본명보다 미누라는 한국명이 더 친숙한 사람이다. 궂은 식당일부터 봉제공사 재단사 등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한 그는 밴드 보컬로도 활동하며 노동자와 문화운동가로서 삶을 살았다. 특히 미누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며 이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며 청춘을 바친 미누는 이주에 대한 허가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18년 동안 한국에 산 그는 2009년 돌연 불법체류란 이유로 강제추방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체계가 미흡한 부분을 이용, 노골적인 표적 수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네팔로 돌아간 미누는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한국어 등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한국어는 수준급이다. 누가 툭 건들면 네팔어보다 "아 깜짝이야"라는 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온다.


한국을 그리워하던 그는 한국 입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이 다큐멘터리가 2018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그로부터 한달 후 그는 10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안녕 미누' 스틸.ⓒ창작소밈 '안녕 미누' 스틸.ⓒ창작소밈

'KBS 스페셜', 'KBS 다큐공감', SBS '스페셜' 등을 만든 지혜원 감독이 연출했다. 지 감독은 미누가 사망한 후 영화를 재편집하기로 마음먹는다. 미누가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고 이번에 다시 영화를 내놓았다.


영화 속 미누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인 줄 알고 살 정도였다"고 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착이 크다. 네팔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한국을 향한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온 마음을 한국에 바쳤지만 한국 정부는 그를 매몰차게 내친다. 미누는 안정망 없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 일해야 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까지 떠안아야 했다.


미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안녕, 미누'는 이 세상의 모든 미누를 조명한다.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헤어지고 한국 땅을 밟은 사람들이 죽을 위험에 처할 때까지 일을 해아만 하는 상황에 처해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적 울타리는 없다. 서툰 언어와 다른 외모 역시 혐오의 대상이다. 영화는 노동현장의 일부가 된 수많은 '미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꼬집는다. 나는 삐딱한 시선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진 않았는지 말이다. 영화 속 미누의 미소가 아프게만 다가오는 이유다.


지 감독은 미누의 발자국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적 문제를 다뤘지만 마냥 무겁지 않게 연출했다. 사람 미누에 집중한 덕이다. 지 감독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뭉친 장벽을 없애는 건 힘든 일"이라며 "영화가 이 장벽에 조그마한 균열을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며 타인을 배려한 미누를 우리는 왜 친구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우리에게 친구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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