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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업은 아이 찾아 헤맨 혁신금융

  • [데일리안] 입력 2020.05.25 07:00
  • 수정 2020.05.24 20:57
  •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코로나19 덕에 하나 둘 베일 벗은 비대면 서비스

새 것만 찾기보다 관행에 막힌 아이템부터 살펴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중구 세종대로 신한금융지주 본사 이사회 회의실에서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신한금융그룹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중구 세종대로 신한금융지주 본사 이사회 회의실에서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신한금융그룹

"사실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던 이번 달 초.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런 재택근무 전환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자신도 의외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요는 이렇다.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막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온라인 근무 시스템이 별다른 문제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울러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는 체계가 미리 갖춰져 있기는 했지만, 이를 한 순간 전면 가동했음에도 원활히 자리 잡는 모습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단지 본인의 회사를 자랑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해당 인터넷은행이 재택근무에 활용한 온라인 근무 시스템이 모두 자사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외 IT 업체들이 이전까지 시장에 내놨던 각종 도구들만으로도 나름 훌륭히 홈워크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던 셈이다.


이는 비단 일각의 사례일 뿐이다. 금융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예기치 못한 실험들을 겪어 왔다. 고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비대면 서비스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뤘다.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고도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제 상당수의 보험 상품은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가입과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를 만나거나 어디를 찾아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던 금융 업무들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변모했다. 이 와중 언택트라는 신조어는 순식간에 금융권의 대세로 등극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다 마련돼 있던 서비스들이 코로나19로 빛을 보게 됐다는 씁쓸한 반응이다. "코로나19 덕에 3년 동안 묵혀두던 아이템들을 3개월 새 모두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금융사 IT부서 관계자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다.


정부는 줄곧 혁신금융을 강조해 왔다. 이에 혁신 서비스를 실행에 옮기려는 움직임도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실제 빛을 본 사업은 많지 않았다. 위험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금융권 전통의 보수적인 사고에 가로막히면서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펼쳐진 혁신금융 사례들은 어찌 보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다. 수동적 관행에 막혀 있던 능동적 사고의 혈을 코로나19가 뚫어준 모양새다. 사람도 병을 이겨낸 뒤 항체가 생기듯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뜻밖의 처방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반성해야 할 지점이 더 많다. 혁신은 기존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지, 꼭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는 말이 있다. 그토록 부르짖던 혁신금융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까운 시간만 보내며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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