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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출창구 문턱 높일 때인데"…속 타는 시중은행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5.22 06:00
수정 2020.05.21 21:54

시중은행 대출잔액 1844조9000억 한달 새 32조원 늘어

저신용 중소·자영업자 비중 높아져 부실화 가능성 우려

여의도 한 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은행권이 늘어나는 자영업자와 저신용 가계대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비하려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해야 하지만, 금융지원을 독력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기준 시중은행의 총 대출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한달 만에 32조7000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929조2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27조9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16조6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만 10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급격한 대출 증가로 은행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은 악화됐다. 국내 시중은행(신한·KB·하나·우리·SC·씨티)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평균 자기자본 비율은 15.4%로 작년말 보다 0.6%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2015년(1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2분기 은행 대출의 신용위험지수가 38로 최근 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신용위험지수가 높을수록 위험이 크다는 뜻으로, 현재 은행 대출이 신용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대출이 본격화된 2분기에는 자기자본비율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대출의 특성상 사업자금과 생활자금의 구분이 불명확해 실물 경기 침체로 확산되면 부실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달쯤이면 우려가 통계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통계상으로는 '은행의 위기'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9%로 오히려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선 "코로나19 소용돌이에 들어가기 직전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당장 은행들 입장에선 대출창구 문턱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완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어주면서까지 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최근 신한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조이기를 시도한 것을 일종의 '방향타' 제시로 보고 있다. 여론에 막혀 무산됐지만, 결국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조절하는 것이 은행들이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 공통된 생각이 '신한은행 이후 또 다른 은행이 나서줘야 하지 않겠나'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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