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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앞길 막은 트럼프...국내 반도체주 득될까 독될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0.05.19 05:00 수정 2020.05.19 01:24

한국 반도체업계 ‘10조 큰 손’ 화웨이 악재, SK하이닉스 장중 2% 넘게↓

“반도체 패권전쟁 삼성엔 위기이자 기회...중국 반도체 국산화 종목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초강력 제재에 나서면서 국내 반도체주에 미칠 파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한국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한국 기업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악재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950원(1.99%) 오른 4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800원(0.98%) 내린 8만11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초반 약세를 보이다가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장중 2% 넘게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에게 연간 약 10조원의 매출을 안겨주는 최대 고객사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국의 허가(라이선스)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수출 규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9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제재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TSMC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를 장악한 회사로 화웨이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제재조치와 지난해의 차이점은 적용 대상을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미국의 장비,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하는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TSMC가 타켓으로 노출됐는데 TSMC가 미국의 장비를 이용해 반도체를 제조해 화웨이로 공급하려면 특별 승인을 받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이번 제재가 비메모리 칩을 겨냥한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의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 목표를 공언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중국 기업에 제품을 조달해 왔던 미국 퀄컴, 인텔 등은 삼성전자의 경쟁사이면서 고객사다.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삼성전자는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만 삼성에 이은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악재가 삼성전자에 득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증권가는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혼란을 빚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현재 중국 관영 언론에선 즉각적인 반격을 요구하며 유럽·일본·한국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이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워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아주 먼 길을 돌아가야만 하게 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측면이 있는데 화웨이라는 반도체 큰 손이 위기에 몰렸고 반도체 밸류체인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태클 걸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더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향후 중국 대응 과정이 주식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증시는 과거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 선공보다 중국 반격 국면에서 흔들림을 겪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파열음은 주식 투자 측면에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기회는 있을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과거 화웨이 규제와 상무부 반도체 공급 규제안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화웨이 규제안 발표 이후 국내 휴대폰 밸류체인 종목들이 약진했던 사례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국산화 관련 종목들도 미중 마찰 국면에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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