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하이닉스까지 1Q 선방...반도체 기대·우려 교차
입력 2020.04.23 12:06
수정 2020.04.23 12:06
비대면 수요 증가로 시장 전망치 상회하는 성적표
코로나19 영향 본격화되는 2Q 실적 하락 불가피
불확실성 우려 크지만 하반기 이후 회복 기대감 ↑
반도체업체들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 넘는 성적표로 선방에 성공했다. 비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악재를 뚫고 이룬 성과지만 악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이후에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3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7조1989억원과 영업이익 80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적표는 약 6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컨센서를 뛰어넘는 수치로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영업이익 2360억원)과 비교하면 239%나 급증하며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SK하이닉스에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반도체사업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국내 양대 반도체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에서 3조 후반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업부별 세부수치는 오는 29일 확정실적 발표에서 공개된다.
이들 반도체업체들이 나란히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글로벌 경기가 타격을 입었지만 오히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서버용과 PC용 제품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모바일 D램 수요는 감소했지만 재택근무로 인한 화상회의와 개학 연기로 인한 원격교육 등 비대면 수요 증가로 PC용과 서버용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또 D램과 낸드 출하량이 당초 전망치를 충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수요 증가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오전 진행된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 모바일 수요 감소분을 서버로 만회했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버 중심 메모리 성장 모멘텀이 높아졌다”며 “PC는 가정용·교육용 수요 증가로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1분기 선방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코로나19 악영향이 본격화되면서 1분기와 같은 선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사태 장기화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재 효과를 보고 있는 비대면 수요 증가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대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제품 판매가 계속 늘어날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생산활동 저하로 인한 공급차질이나 수요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실물 악화로 인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악영향을 주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당초 지난해 하락 이후 올해 반등이 전망됐던 메모리반도체 업황도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꺾인 반도체 시황이 아직 다 회복하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전에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앞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향후 시장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4% 줄어든 3458억달러(약 491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플러스 성장이 예상됐다가 수치가 하향 조정된데 이어 이제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선 양상이다. IC인사이츠는 연초인 지난 1월만해도 올해 8% 성장을 전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지난달 전망치를 3%로 낮춘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불확실성 우려에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교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태가 상반기 내로 진정되면 서버 중심의 메모리 수요 증가가 하반기 수요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향후 반도체 업황의 방향성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차질 리스크도 최소화되면서 출하량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