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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달리는 민주당, 길 잃은 통합당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0.05.18 06:12 수정 2020.05.21 23:17

총선 압승한 민주당, 재빠르게 승리 요인 분석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맞아 이슈 발굴·입법 속도

통합당, 참패 원인 분석은커녕 지도체제 결정도 못해

건강한 야당 필요…실용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포스트코로나 전망과 문재인정부 과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혁신포럼-포스트코로나 전망과 문재인정부 과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시 되는 집안은 다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미래통합당의 한 당직자가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전례 없는 압승(지역구 163석·비례대표 14석)을 거뒀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은 21대 총선에서 17석을 얻었지만, 양정숙·용혜인·조정훈 당선인을 제명하면서, 14석이 됐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지난 13일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압승을 거둔 이번 총선 결과 분석을 위한 '21대 총선 평가단'(단장 윤호중 사무총장) 첫 회의를 가졌다. 총선 평가단 구성은 이해찬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평가단은 ▲공천 ▲정책 및 공약 ▲선거 전략으로 나눠 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외부인사를 초청해 비공개·공개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총선 평가단의 분석 내용은 21대 총선 백서에 담긴다.


소위 '역대급' 압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참패한 미래통합당보다 빠르게 총선 결과 분석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총선 승리 요인 등을 면밀히 분석해 2022년 3월 대선·6월 지방선거, 2024년 22대 총선 등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승리의 깃발을 꼽겠다는 굳건한 의지의 발현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난 극복 위한 경제 살리기 ▲한국판 뉴딜 및 제조 부흥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제적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의료 체제 구축 등을 3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주요 입법 과제를 발굴해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언택트(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주제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며 이슈 선점에서도 통합당을 앞지르고 있다.


통합당의 상황은 어떨까. 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지난 14일 '조속한 합당'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합당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삐그덕거리고 있다. 또, 총선이 끝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 여부에 대한 결론도 못 내린 상황이다. 통합당은 오는 21~22일 국회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개최해 '김종인 비대위'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갈등이 분출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민경욱 의원 등 일부 극우 인사들이 제기하고 있는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은 통합당을 더욱 더 민심과 동떨어진 당으로 비쳐지게 한다.


당내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관련된 이슈 발굴은커녕 총선 참패 패인 분석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 19석과 합해도 103석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달리고 있지만, 통합당은 길을 잃은 모습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5일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집권 세력은 인터넷 강국과 빅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데 이쪽은 태극기"라며 "이러니 (국민이) 너희들한테는 권력을 못 준다는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 이슈로 무장하고 정보화 사회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젠 실용주의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보수당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사회개혁, 노동계층의 참정권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모든 계급의 정당'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즉 보수주의자였다고 하더라도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나갔다. '실용주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 듯 건강한 보수 야당이 존재해야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고 한국 정치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통합당이 얼른 참담한 현 상황에서 벗어나 실용주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길 희망하는 이유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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