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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3년-속타는 기업] 이통사는 만신창이, 규제 놔둔 채 "통신비만 내려라"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0.05.14 06:00
수정 2020.05.14 05:27

3년 간 이통사 영업이익 21.6% 감소…“통신비 인하 정책 탓”

단말기 값 폭등에도 눈에 보이는 통신요금 인하에만 혈안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도움 전무…업계 "통신강국 위상 흔들"

SK텔레콤 직원이 5G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SK텔레콤

문재인 정부가 국내 통신 사업자에게 ‘당근’ 보다는 ‘채찍질’에 비중을 두면서 국내 통신산업 경쟁력을 저하 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년 간 약정 할인폭을 확대하고 새로운 저가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면서 이동통신사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규제 완화나 생태계 구축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이통사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의 총 영업이익은 2조9473억원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해인 2017년 대비 21.6% 줄었다.


이동통신3사 지난 3년간 영업이익 추이.(자료 금융감독원)ⓒ데일리안

업체별로는 1위 SK텔레콤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7년 SK텔레콤은 1조536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18년 1조2018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조1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대비 27.8% 줄어든 수치로 1조원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KT는 비교적 감소폭이 적었으나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영업이익 1조3753억원을 기록한 KT는 그 다음해에 1조2615억원, 지난해에는 1조1511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16.3% 줄었다.


LG유플러스 상황도 비슷한데 지난해 84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2017년 대비 19% 감소했다. SK텔레콤, KT와 마찬가지로 3년 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 본질은 요금 아닌 '단말기'


이통3사의 수익성 악화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와 관련이 깊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간 통신비 인하 명목으로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을 내리기 위해 갖은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기본료 부분 폐지와 선택약정 할인 확대 등이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인 2017년 4월 1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계통신비정책 발표에서 “가계 통신비 인하는 실생활에서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적 약속”이라며 “통신비를 줄여 그 돈으로 여가 생활도 즐기고 가족과 외식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면서 선택약정할인율이 2017년 9월 기준 20%에서 25%로 높아졌고, 같은해 12월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의 통신비 월 1만1000원이 추가 감면됐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비싼 요금제의 타겟을 정부가 잘못 설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국민 성향과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모델 고가 정책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신서비스 및 통신장비 가격 추이.(자료 통계청)ⓒ데일리안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통신비 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13만7800원으로 가구 전체 소비지출 중 5.4%를 차지했다. 이 중 요금제에 해당되는 등 통신사 서비스 비용은 10만6000원으로 2016년(10만4000원)대비 1.8% 증가해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통신장비 비용은 3만2000원으로 같은 기간(1만6000원) 대비 100.0% 늘었다.


또 스마트폰 구입자 중 52.2%는 7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만원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 구입 비중은 43.9%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3년 전 자료인 점을 감안한다면 단말기값이 통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알뜰폰(MVNO)을 활용해 경쟁을 통한 점진적 요금 인하 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형사들의 요금제에만 집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현재에 와서는 대형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오히려 알뜰폰 업체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면서 이들의 고사를 걱정해야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증가가 통신비 인상으로 비춰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가계 통신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단말기 구입비 인하가 정책의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통신산업 경쟁력 제고 위해 규제 완화 시급”


반면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이통사를 포함한 통신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있는데 한시적 시행을 거쳐 2018년 6월 27일 일몰됐으나, 연장 여부를 두고 상임위 내 공방이 이어지면서 후속 대책 없이 고착된 상황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방송법과 IPTV법 상 특정 사업자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통신업계에서도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망투자와 연구개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는 상황에선 글로벌 기준 최상위에 속하는 한국 통신산업 경쟁력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는 통신업계에 당근 보다는 표를 위한 포퓰리즘에 빠져 채찍질에만 몰두했다”며 “그 결과가 사업자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나타났고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통신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통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한국은 잘 갖춰진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하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통신산업 경쟁력 제고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된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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