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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재난지원금 기부, '문빠'는 간 데 없고…

  • [데일리안] 입력 2020.05.14 06:00
  • 수정 2020.05.14 05:28
  •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권력·여론에 강요받는 기부는 '강탈'일 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한 시민이 온라인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조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한 시민이 온라인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조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권위주의 시대에서 ‘자발적’이란 용어는 종종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상징적 문구로만 사용돼 왔다. ‘윗분’의 ‘자발적 동참’ 요구에 ‘아랫것’ 들이 충분히 호응하지 않는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하니 ‘욕먹고 하느니 알아서 기자’는 식으로 행동하게 마련이다.


탈(脫)권위를 중시하는 시대에 ‘자발을 빙자한 강요’로 인한 스트레스는 해당 행위로 인한 실질적인 손해에 따른 것보다 더욱 심하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신, 부족한 재원을 대체하겠다며 정부가 내세운 ‘자발적 기부’ 정책이 딱 그렇다. 누군가는 진짜 자발적으로 자신의 몫을 기부하겠지만 누군가는 정부나 윗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사회적 여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분위기상 돈을 뜯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호 기부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기부 서약을 한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것으로 생색을 낸 장본인들이었으니.


그 뒤부터가 문제다. 여당에서 나온 ‘100만 공무원 기부 동참’ 소리에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공기업 직원들도 식은땀을 흘린다. 이미 임원과 간부급 직원 전원이 기부에 동참한다는 금융 공기업도 등장했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될 때마다 강제 소환되는 영원한 ‘봉’인 대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임원들이 모여 각 사별로 기부 분위기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곧바로 들려왔다.


5대 그룹 임원 대다수는 해당 모임이 대표성을 지녔는지, 사적인 모임인지, 거기서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파악도 못한 채 등 떠밀려 ‘비(非)자발적 기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다.


고연봉의 대기업 임원들이 100만원 갖고 쩨쩨하게 군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이 동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과 강제로 기부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애초에 자발적으로 기부할 생각이었다가 ‘대기업 임원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부하는’ 모양새가 된 데 마음이 상해 기부 의사를 철회한 이도 있다. 100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기부의 의미가 퇴색되고 강요당하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데 대기업 임원인 자신이 세대주란 이유로 부모님 몫의 재난지원금까지 기부하는 불효(?)를 저지를 상황에 난감해하는 이도 있었다.


정작 자발적 기부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들은 조용하다. 정부 정책에 자발적으로 호응하는 행위를 가장 잘하는 이는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 이른바 ‘문빠’들일 것이다.


대통령을 1호 기부자로 지목한 총리에게 전 재산을 기부하라고 강요하고, SNS의 북한 GP 총격 관련기사 링크를 건 아이돌 스타를 매장시키고, 축구경기 하러 북한에 갔다 그들의 거친 플레이를 지적한 축구스타에게 욕을 해댈 정도로 문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던 극렬 지지자들에 웬일인지 이번 일에는 조용하다.


‘자발적 기부’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선에서 이미 끝났다. 바통을 이어받았어야 할 문빠는 조용히 빠졌고,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강요(강요의 주체가 권력이건 여론이건)에 의한 기부일 뿐이다. 아니, ‘자발’이 빠졌으니 기부가 아닌 강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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