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 "진짜 사업하게 해준다"
입력 2020.05.12 16:11
수정 2020.05.12 16:12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미래로 가는 길 넓히고, '턱'은 낮춰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앞당겨지길 기대"
리스크 사전 차단에 중점을 둔 법과 제도의 맹점을 벗어나 미래 가능성이 있는 분야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박용만 회장, 대기업, 벤처 기업인들이 모인 가운데 국내 첫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성수 국무총리비서실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계 부처 차관들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기웅 위쿡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영국, 미국, 일본은 정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샌드박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에 새로운 채널을 통해 제도혁신을 꾀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지난 1월 발표된 ‘규제 샌드박스 발전방안’에 따라 설치됐다.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날부터 정식 시행됐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출범식에 현판은 없었다. 상의는 로비에 110인치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선보였다. 총리와 기업인들이 태블릿 버튼을 누르자 ‘미래를 여는 길, 샌드박스’ 영상이 상영됐다.
‘샌드박스 통해 1년새 2배 성장했다는 공유주방 기업’, ‘6년 개점휴업 끝에 사업을 시작하는 핀테크’, ‘장애인에게 IT기술을 제공한 따뜻한 기업’ 등 사례를 통해 구제도에 얽매인 혁신적 사업모델에 빛을 주겠다는 ‘영상 감독’ 박용만의 의중이 담겼다.
박 회장은 인사말에서 “어려운 환경에도 일을 벌이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지만,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제도로 인해 시도 자체가 막히거나 사업모델이 ‘마름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샌드박스가 젊은이들에겐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국회 입법이 무산되거나, 소극 행정에 사업이 막히면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바로 샌드박스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문제점보다는 ‘미래 가능성’을 우선 평가해 일을 벌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정부에서는 신속한 심사와 승인 절차를 비롯해서, 특례로 검증된 부분은 중대한 위험이 없다면 상시적으로 허용될 수 있게 제도화하는데 힘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넓히고, 그 길을 가로막는 ‘턱’은 낮춰갈 해법을 찾는데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속도가 생명인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바로 샌드박스”라며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박용만 회장이 먼저 샌드박스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셨고, 정부도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이라는 또 하나의 혁신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기업의 혁신이 모이면 국가의 혁신이 이루어진다”며 “기업은 혁신을 위해 대한상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대한상의는 기업의 입장에 서서 제도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과제로 규제혁신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겠다”며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도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이슈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의 역량을 믿는다며 ”경제 활력 회복의 주인공인 기업인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할 수 있는 지원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로 찐 사업하게 한다’ 입소문…벌써 대기번호 58번
상의 내 민간 샌드박스 출범 소식은 이미 지난 1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상의 샌드박스는 실효성과 속도감을 높일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전해지며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기업들 사이 ‘진짜 사업하게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100여개 기업의 신청서가 센터에 몰렸다. 대한상의측은 “비대면 의료, 공유경제 등을 중심으로 이미 57건의 과제를 진행중”이라며 “심사가 진행중이어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깜짝 놀랄 사업모델이 많다”고 말했다.
또 상의 지원센터는 법령에 근거한 국내 유일의 민관 합동 지원기구로 산업부의 산업융합 샌드박스, 과기부의 ICT융합 샌드박스, 금융위의 금융 샌드박스 등 전 산업 분야로 접수가 가능하다.
상의는 기업들의 신청서 작성, 법률‧컨설팅 지원, 부처 협의 등을 원스톱으로 무료 지원해 각 부처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준다는 입장이다. 각 부처는 민간의 과제를 우선시하고 신속히 풀어 많은 성과를 내 역대급 민관 팀플레이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출범식에 이어 정 총리 주재로 현장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샌드박스 관련 기업 9개사가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 설치로 기업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지길 기대하며, 더 많은 기업이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게 법과 제도를 혁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샌드박스를 위한 정부와 대한상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더 많은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서울상의 부회장)은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설치로 기업들의 편의성‧접근성이 높아져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김기웅 위쿡 대표는 “공유주방 허가로 전통산업인 식음료 산업에 혁신의 물꼬가 터졌다”며 “샌드박스 특례 후 연매출은 두 배 뛰고, 푸드메이커 창업비용은 1억에서 4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 직접고용 허가를 받은 한정훈 홈스토리생활 대표는 “정규직 가사도우미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고용‧안정 해결의 교두보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는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일이 많이 벌어져야 한다”며 “스타트업들이 많이 늘어나면, 사회를 떠받치는 법과 제도가 속도감 있게 바뀌어 다시금 혁신이 촉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샌드박스를 샌드박스에 넣어보는 느낌’이라고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말했다. “지원센터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자 차별점은 기업을 잘 이해하는 것”이라며 “기업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정부와 소통의 간극을 좁혀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출범식 이후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상의에 신청된 과제는 상의 사무국과 컨설팅, 변호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투입돼 1대1 상담을 제공한다. 각종 신청서 작성은 물론 사업성‧기술성에 관한 컨설팅과 법률 자문, 부처협의, 사후관리까지 제공한다.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약 1억2000만원의 실증특례비와 1500만원의 책임보험료도 지원한다.
법과 제도 탓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대한상의 샌드박스 홈페이지나 지원센터(02-6050-3000~2)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