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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 타격' 이제부턴데…은행 대출 벌써 '이상기류'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5.07 05:00
수정 2020.05.06 17:58

4대銀 연체 대출, 1분기에만 2500억 늘며 2조7000억 돌파

코로나 여파로 기업 연체 증가율 개인보다 두배 이상 높아

국내 4대 은행 연체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가 벌써부터 은행 대출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25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단숨에 2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파가 본격적으로 전해질 것이란 전망에 긴장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들이 보유한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금액은 총 2조7471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5011억원)보다 9.8%(246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개인보다 기업 차주들이 빚을 갚는데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은행들의 개인대출 연체액은 1조2284억원에서 1조2968억원으로 5.6%(684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연체 액수는 1조2414억원에서 1조4177억원으로 14.2%(1763억원)나 확대됐다. 개인대출 연체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대출 연체가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신한은행의 대출 연체가 6302억원에서 7704억원으로 22.2%(1402억원)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6980억원에서 7598억원으로, 국민은행은 6887억원에서 7107억원으로 각각 8.9%(618억원)와 3.2%(220억원)씩 늘며 연체 대출이 7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하나은행의 대출 연제 잔액은 4842억원에서 5062억원으로 4.5%(22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은행 대출의 건전성 악화는 코로나19에 따른 악영향으로 풀이된다. 예기치 못한 변수로 경기 불황의 골이 한층 깊어지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차주들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전월(68) 대비 2포인트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 자영업이 중심인 비제조업의 자금사정 BSI(66)가 크게 떨어졌고, 제조업에서는 중소기업(57)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개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77로 전월(83) 대비 6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1) 이래 최저를 나타냈다. 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100을 밑돌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이 중 현재생활형편 CSI는 이름 그대로 가계가 체감하고 있는 경제적 상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문제는 향후 관측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3월을 넘어, 실물 경기에 직접적인 타격이 전해진 4월부터 기업과 개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2분기에는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먹구름은 차주들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은행들에게도 악재다. 부실대출이 늘어난 만큼 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은행들로서는 그 만큼 실적 악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들의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진 실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 네 곳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3조385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972억원) 대비 14.4%(488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의 사회적 여파는 다소 완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의 코로나19 사태는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펜데믹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 불안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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