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제는 경제다] 기업 무너지면 경제도 고용도 끝…"신속·과감한 지원 시급"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4.21 05:00
수정 2020.04.21 05:29

항공·정유·자동차·전자 등 전 업종에 악영향 쓰나미

대규모 실업자 양산으로 소비 침체 심화 가능성도

골든타임 위해 보다 신속·과감한 정부 선제적 지원 정책 필요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주체의 한 축인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도산이 해당 기업 자체로만 국한되지 않고 업종과 산업 전체의 악영향은 물론 국가 경제에 악재에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무너지면 고용 불안으로 인한 가계 경제 악화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안정적 고용 상황을 유지할 수 있게끔, 정부가 선제적으로 고용 안정책을 기업들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 불안을 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기업들의 위기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이동 금지와 출입국 강화로 인한 여행 및 출장 수요 감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인한 시장 침체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인수합병(M&A)과 투자 계획 변경 등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한 상태다.


또 전자와 자동차업계도 잇따른 해외 공장 셧다운(일시폐쇄) 조치로 생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물량도 감소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함께 두산그룹이 (주)두산의 자회사인 두산솔루스를 매물로 내놓은데 이어 두산중공업이 외화채권 만기 방어 위기에 직면하는 등 개별 기업들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항공·정유 등 국가 기간 산업 망가지면 회복 불능 우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업종들 중에서는 국가 기간 산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항공산업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을 중심으로 운항 노선이 잇따라 운항 중단되고 탑승률도 크게 떨어지면서 회복 불능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들을 대상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총 1260억원을 집행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항공기 리스(대여) 등 고정비용이 큰 항공사로서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지원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무담보 저리 대출 확대과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 자금 지원 확대와 세금감면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의 지원은 너무 미약하고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늘어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사진)ⓒ연합뉴스

특히 국가 기간 산업으로 해외 항공사들과의 글로벌 경쟁 최전선에서 있는 항공사들의 도산은 향후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은 국가 기간 산업으로 해외 시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하다“며 ”네트워크 인프라가 한 번 무너지면 이를 재구축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업계도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 역마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으로 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더 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역 마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유가가 급락하면 기존에 높은 가격에 구매했던 비축유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2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재무 리스크가 커지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자본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매출과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조달 비용이 증가하며 다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며 “다른 해외 국가들처럼 파격적이고 신속한 재정·금융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기업 위기는 가계 경제의 위기 초래...고용 불안으로 소비 침체 야기


기업들의 위기는 고용불안 등을 야기하며 가계 경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직원 휴직과 임원들의 임금반납이 이뤄지고 있지만 당장 이러한 어려운 상황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정리해고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된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미 희망퇴직 신청자를 포함해 35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고연봉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은 지난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등 전 업종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대규모 실직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코로나19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6.7% 감소하고 신규 실업자가 최대 33만3000명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량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혁신적인 고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17일 무급휴직자 구직급여 허용, 중소기업 직원급여 대출 정부보증제 도입, 특별고용지원업종 추가 지정 등을 골자로 한 대량실업 방지를 위한 10대 고용정책 과제를 고용노동부에 건의한 상태다.


지난해 5월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 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재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사태가 이어진다면 가계 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도 침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미 기업들의 신규 채용에 악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신규 취업자 수 감소 속에서 실업자 수 급증이라는 최악의 고용 시나리오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한 곳이 무너지면 수 많은 협력업체들까지 줄줄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악화는 소비 침체로 이어져 돈의 흐름이 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소비 활성화를 경제 활력 회복의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고용불안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이에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보다 과감한 지원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살아 남으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장기적 침체는 불가피한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처방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국가 경제·산업을 지탱하면서 가계 경제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주체”라며 “과감한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면서 경제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현재 국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