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소소한 영화관 ]답답한 마음 뻥 뚫어줍니다…청량한 '공수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4.17 11:10 수정 2020.04.17 11:27

'마녀' 정다은, 독보적 존재감 뽐내

오승훈·손우현 힘보태…채여준 감독 연출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공수도' 포스터.ⓒ그노스 '공수도' 포스터.ⓒ그노스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야!"


영화 '공수도'에서 공수도 유단자인 여고생 채영(정다은 분)은 자신을 괴롭히는 학교 일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채영과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대사다.


'공수도'는 정의롭지만 나약하기 짝이 없는 종구(오승훈 분)와 공수도 관장의 딸이자 공수도 유단자인 채영(정다은 분), 일진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애쓰는 해성(손우현 분) 등 고교생을 앞세운 청춘 액션물이다. 이들을 한 데 어우르는 건 무술의 한 갈래인 공수도다.


영화의 얼개는 간단하다. 채영이 전학 온 학교에서 일진에게 괴롭힘당하는 종구를 구하고, 그와 엮이면서 학교 일진과 맞서는 이야기다. 채영은 종구와 함께 공수도를 연마하고, 일진이었던 해성까지 합류하면서 셋은 똘똘 뭉친다. 일진들이 가만히 있을 순 없을 터. 어설픈 모략으로 채영은 묶는 데 성공하지만 채영은 무술소녀의 괴력을 발휘하며 나쁜 놈들을 물리친다.


'공수도'의 미덕은 풋풋함과 담백함이다. 세 고교생이 공수도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에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공수도가 주는 타격감은 평범한 이야기의 공백을 메운다. 나쁜 놈들을 한 방에 때려눕히는 장면에선 쾌감이 밀려오고,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린다.


'공수도' 정다은.ⓒ그노스 '공수도' 정다은.ⓒ그노스

박훈정 감독의 '마녀'(2018)에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정다은이 이 어려운 일을 말끔하게 해냈다. 정다은은 무술소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속부터 단단한 무술 실력을 과시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준을 유지한 솜씨가 훌륭하다. 앳된 얼굴 속에 감춰진 무술 실력이 드러날 때마다 관객들은 즐겁다.


신예 배우들이 주는 신선함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오승훈은 정의를 부르짓지만 이러지도 저러짓도 못하는 캐릭터를 온몸으로 연기했고, 손우현은 일진이었다가 방향을 트는 인물을 매끄럽게 표현해냈다.


영화의 소재인 공수도는 누군가를 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무술이다. 영화는 잽을 날리 듯, 중간중간 메시지를 툭툭 던지며 청량함을 불어넣는다.


여자 한 명에 남자 두 명이면 으레 나오는 멜로 라인이나 학원물에서 볼 법한 오글거리는 대사는 없다. 시종일관 범접할 수 없는 '시크함'을 유지한 정다은 덕이다. 채영, 종구, 해성 등 부족하고 청춘들의 날갯짓은 불안정해서 더 공감을 산다. 완벽하지 않은 청춘의 모습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 카메라 앵글이 종종 흔들리고 전개가 뚝 끊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이유다.


영화는 인터넷TV(IPTV)로 먼저 공개됐다가 극장에서 '역개봉'을 이룬 이례적인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을 맡은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채여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12개국에도 선판매됐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