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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생충'으로 꽃피울 시긴데…영화 산업 붕괴 위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4.12 07:00 수정 2020.04.12 06:14

정부·영진위 대책 '모호'

위기 대응 매뉴얼 필요

텅 빈 극장가.ⓒ연합뉴스 텅 빈 극장가.ⓒ연합뉴스

딱 두 달 지났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쓴 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꿈을 이뤘고 영화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한국 영화계는 꽃길만 걸을 것 같았다. 제2의 봉준호와 '기생충'이 나올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꽃길이 펼쳐졌던 한국 영화 산업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극장가는 텅 비었다. 붕괴 위기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극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가깝다. 극장이 영업을 중단하면 제작·배급·투자·마케팅·홍보 등 영화 관련 기업들이 연이어 무너지게 된다. 극장 인근 상권 역시 마찬가지다.


관객수는 연일 곤두박질친다. '슈퍼 전파자'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월엔 737만2130명으로 떨어졌다. 3월 관객 수는 더 심각하다. 183만4491명으로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3월 전체 관객으로는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해 3월(1467만1693명)에 비해선 8분의 1 수준으로, 전달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극장 매출액도 약 151억5000만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 달 매출액은 1265억6000만원이었다. 4월 들어선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평일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1만명대로 떨어졌고, 주말 관객도 1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역대 최저다.


영화를 마음껏 보지 못하는 관객들의 아쉬움은 둘째치고, 영화 산업 종사자들의 앞날이 막막해졌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지만,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마케팅사협회·감독조합·여성영화인모임 등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한국 영화 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영화관 매출 감소는 곧 영화 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영화산업 위기는 결국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한국 영화의 급격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일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한시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또 상반기 개봉이 연기·취소됐거나 촬영·제작이 중단된 영화는 마케팅과 제작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부과금과 관련해선 전액 면제인지, 부분 면제인지도 모른다. 마케팅 비용도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2002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전염병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위기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렇다. 영화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토로한 다음에서야 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전염병은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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