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환호 속 공포감'…향후 국정성적표 '야당 탓' 못한다
입력 2020.04.17 04:00
수정 2020.04.17 05:47
1987년 이후 최초 민주당 단독 180석 확보
개헌 제외한 모든 입법활동 독자적으로 가능
최후 저지수단인 필리버스터도 무용지물
'국정운영 무한책임' 회피할 곳 없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마냥 기쁠 수만은 없게 됐다. 전례없는 압승으로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국정운영 실패의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중앙선관위가 최종집계한 21대 총선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과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비례의석 17석을 합쳐 180석을 확보했다.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6석을 확보한 정의당과 비례 3석을 얻은 열린민주당, 민주당 정체성을 드러낸 무소속 당선자(이용호 의원) 1명을 더하면 범진보 의석은 190석에 이른다.
180석 이상 확보는 사실상 개헌을 제외한 모든 입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국회법 82조에 따르면,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야당의 반대가 있더라도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시킬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셈이다. 입법저지 최후수단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반대하면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총선 승리에 환호하면서도 막대한 권한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정운영 결과에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명제를 피할 도리가 없어서다. 야당의 반대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핑계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당에 이토록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며 “오랜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처음 수립됐을 때 기쁘면서도 막막했던 때를 회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에 실패했을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민주당 지도부도 무거운 중압감에 ‘환호’ 보다는 절제와 책임을 당부했다. 16일 선거 후 첫 회의를 주재한 이해찬 대표는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일하는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낙연 상임 선대위원장은 “국민은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많은 의석과 함께 크나큰 책임을 안겨주셨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들이 구체적 성과를 내며 진척되도록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고 “이제 국민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시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