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 작년치 임협 지각타결…올해가 더 걱정
입력 2020.04.15 05:00
수정 2020.04.14 22:14
올해 교섭은 단협 포함한 '임단협'…교섭 난이도 높아
2년 연속 임금 동결 반대급부 요구 등 진통 예상
노조 리스크 지속시 코로나19 위기 극복 걸림돌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19년도 임금협상(임협)을 해를 넘겨 3개월여가 지난 끝에 지각 타결했다. 가까스로 한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조만간 단체협약이 포함된 올해 교섭(임단협)을 시작해야 하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출 감소에도 대응해야 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전체 7813명의 조합원 중 7233명(투표율 92.6%)이 참여해 53.4%에 해당하는 386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르노삼성 노조도 14일 하루 진행한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교섭권이 있는 대표노조 기준으로 2013명의 조합원 중 1922명(투표율 95.5%)이 참여해 70.2%에 해당하는 1350명이 찬성했다.
노조측은 여기에 교섭권이 없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지부까지 포함시켜, 총 2053명의 조합원 중 1959명이 참여해 찬성 1354명으로 찬성률 69.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현 노조 집행부가 금속노조 출신인 관계로, ‘친정’을 대우해준 셈이다. 금속노조 르노삼성지부는 총 40명 중 37명이 투표했으며 그 중 89.2%에 해당하는 3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장기간 교섭을 이어오며 파업과 교섭 결렬 등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해묵은 과제 하나를 덜어내게 됐다.
한국GM은 자사 차량 구매시 사용할 수 있는 100만~300만원 규모의 바우처를, 르노삼성은 일시 보상금 888만원 및 매월 상여기초 5%의 공헌수당 신설을 지급하는 대신 ‘기본급 동결’이라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침은 고수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고비들이 줄이어 있다. 당장 지난해 임협을 길게 끈 관계로 올해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임단협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GM의 경우 통상 노사 교섭이 4월 말이나 5월 초 시작된다. 지난해는 교섭 장소 등을 놓고 노사가 벌인 갈등으로 시작이 늦어졌지만 올해는 노조가 내부 협의를 거쳐 요구안을 마련하는 즉시 교섭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임단협 과정은 지난해 임협보다 진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인상과 성과급 등이 중심인 임협과 달리 임단협에는 복리후생 등 상세 근로조건이 포함된 단협이 포함돼 있어 교섭 과정이 복잡하다.
특히 지난 2018년 유동성 위기 당시 법정휴가, 상여금 지급방법, 귀성여비 및 휴가비, 학자금, 임직원 차량할인 등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내용의 단협 개정이 이뤄진 바 있어 노조 측의 단협 복원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임협은 올해 출범한 현 노조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로부터 승계한 것이지만, 올해 임협은 현 집행부의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 노조가 교섭에서 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르노삼성의 경우 임단협 교섭 돌입 시기는 한국GM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단협이 포함된 교섭이라는 점에서 난항이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말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금속노조 출신인 현 집행부가 교섭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임금 동결의 보상심리로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일 년 내내 노조와의 교섭에 매달려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두 회사 모두 내수 판매는 트레일블레이저와 XM3의 신차효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내수보다 비중이 더 큰 수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GM은 지난해 전체 생산에서 수출이 80% 이상을 점유했을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되며 수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달 한국GM의 수출은 2만8953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8%나 감소했으며,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앞으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력 수출 모델인 소형 SUV 트랙스와 경차 스파크의 판매가 모델 노후화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체해야 할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 시장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정식 출시에 앞서 판매망에 배치해놓기 위한 물량으로, 출시가 늦어지면 수출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에서 매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판매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면서 “딜러들도 프로모션을 엄청나게 붙여 재고를 터는 상황이라 신차를 출시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지난해 임협 타결로 리스크 요인 하나를 제거한 것은 다행이지만 무엇보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심리적 안정을 통한 수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쪽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역시 수출 감소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형편이다. 그동안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졌던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물량 계약이 지난달을 끝으로 만료된 상태다.
그동안 르노삼성이 흑자행진을 이어왔던 것도 로그 물량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물량이 사라지면 흑자 행진 지속도 보장할 수 없다.
이미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2.8% 감소한 3088대에 머물렀다. 로그 생산은 지난달 잔여 물량 1433대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QM6 수출도 급감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수출 물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로그 물량을 대체하려면 XM3를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팔아야 한다. XM3 유럽 판매물량 배정 권한은 르노 본사가 쥐고 있다. 르노삼성에서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또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와 같은 파업 사태가 발생한다면 XM3 수출물량 배정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XM3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게 될 경우 빠르면 올 연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 “이번 임협 타결에 이어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도 노사 화합을 통해 르노그룹 내 최고 수준의 생산경쟁력을 갖춰야 본격적으로 물량 확보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