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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사상초유 '마이너스 2달러'…정유사 "공장 돌릴수록 손해"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3.19 12:07 수정 2020.03.19 12:22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2.33달러...사흘째 -2달러대

수요 부진으로 석유제품 가격 하락 속도가 국제유가 하락속도 추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및 일일 석유국제제품가격 추이ⓒ데일리안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및 일일 석유국제제품가격 추이ⓒ데일리안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고도화설비 보편화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 2달러를 기록해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2.33달러를 기록하며 3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복합정제마진에서 정유사들이 이처럼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16일 마이너스 2.48달러로 전일 대비 3.29달러나 급락하며 마이너스 2달러대를 찍은 정제마진은 17일에도 2.47달러를 기록했고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폭락한 이날까지 2달러대를 유지했다.


최근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정제마진이 악화돼 위기로 내몰려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 불발로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 경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원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소비심리 악화로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빨리 내려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이른 것이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 정제마진이 높다는 건 원가를 뺀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의미가 된다.


정제마진은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 따라 단순·크랙·복합정제마진으로 나눈다. 복합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이 고도화 시설을 통해 벙커C유와 같은 중질유를 이용해 다른 고품질의 제품을 얼마나 더 뽑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수년간 정유사들의 고품질 제품 생산 능력은 높아진 바 있어 2014년 OPEC의 원유 감산 합의 불발로 고꾸라졌던 유가에도 정제마진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었으나, 업황 부진에 정제마진 마이너스 2달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제품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마진에 큰 영향을 주는 가솔린 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가 부담이 커져 복합정제마진이 하락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한 뒤 중질유 제품인 벙커C유를 만들고, 다시 이를 가공해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경질유를 생산한다. 벙커C유는 이윤이 나지 않는 제품이라 경질유에서 이익이 높아야 하는데 마진이 마이너스라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 도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 평균 가격은 18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28.26달러를 기록했는데 휘발유(27.44달러)는 0.82달러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황이다. 중간 원료유가 될 수 있는 고유황 중유 또한 평균 금액은 26.87로 1.39달러 차이가 벌어졌다.


덕분에 최근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울며 겨자먹기'로 원유 정제시설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1위사인 SK에너지는 이달부터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로 종전보다 10~15%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 90%로 낮춘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않고 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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