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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유업계, 실적 반등 희망 물거품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입력 2020.03.04 06:00
수정 2020.03.03 23:11

'코로나19'에 물동량 감소·정제마진 하락 이어져

1분기 실적 확대 불투명…에쓰오일 등 전망치 하락

정제마진 추이ⓒ데일리안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딛고 올 들어 실적 반등을 기대하던 정유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맞았다. 연초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당장 1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휘발유와 등·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유업계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정유사들은 중국발 경쟁 가속화, 무역분쟁 장기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던 악재를 벗어나 올해부터는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반등을 기대해 왔으나 연초부터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정유·화학(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두 달 전에 비해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45억원에서 718억원으로 78% 하향 조정됐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2796억원에서 657억원으로 77% 줄었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에 비해 각각 78%와 73% 감소한 수치다.


전염병 확산 우려에 따라 소비 심리 위축,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실적 상승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유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은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달 넷째 주 배럴당 2.3달러로 집계됐다. 전주(3달러) 대비 배럴당 0.7달러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말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올해 초부터 회복세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된 지난달 셋째 주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원유 가격 등의 비용을 뺀 수치다. 이 수치는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통상 4~5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손익분기점(EBP)이 달성된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유사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심리 악화로 석유제품 가격이 더 큰 낙폭을 보이며 정제마진도 하락한 것이다.


자동차나 항공 연료 등 석유제품 소비는 거시경제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불안 요인은 드라이빙 시즌 호재를 희석시키고, 국가간 여행객 감소에 따른 항공유 수요 위축도 불러온다.


세계적으로 산업 시설 가동이 멈추고 있는 것도 정유사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최근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거나 임시폐쇄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 제품은 중국에 수출되는 비중이 상당한데, 현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요와 가격이 한꺼번에 내려가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중국에서의 수출 물량이 감소할 경우 싱가포르 시장에 트레이딩되는데, 물량이 늘어날수록 원유 트레이더들이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마진 하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더 가파른 속도로 나타날 경우 정유사들은 유가가 높을 때 샀던 원유 비축분에 대한 재고평가손실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시황 회복을 기다렸던 정유사들도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을 거듭해온 상태였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는 5220억원을 기록해 21% 축소됐고. GS칼텍스는 8798억원으로 28.7%, 에쓰오일은 4492억원으로 29.8%로 각각 축소된 상태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대로 하락해 수익성이 좋지 못했는데 코로나19를 만나 우려가 더 커졌다”며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돼 경유차가 사라지고 있고, 평년 대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유 판매 부진도 심화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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