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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너도나도' 치료제 개발 경계..."냉정한 판단 필요할 때"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3.19 06:00
수정 2020.03.18 17:09

개발능력·시간·비용 감안해 섣부른 투자 지양해야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기업투자 결정하는 것 금물"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모습.(자료사진)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백신과 치료제 개발 계획에 대한 발표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감영병 공포심이 확산되며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판단력도 흐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들어간 곳은 총 15개사다. 코로나19 예방 백신은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보령바이오파마 등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는 셀트리온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셀리버리·노바셀테크놀로지·이뮨메드·유틸렉스 등이 개발에 나섰다.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거나 기존에 출시했던 의약품에서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료제 개발에는 최소 1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 의약품들을 바이러스와 싸워 보게 하는 드럭 리포지셔닝(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이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국가임상시험재단이 코로나19 관련 글로벌 임상시험 현황을 정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다양한 빅파마들이 기성품이나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하던 후보물질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애브비의 후천성면역결핍증(HIV)치료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를 비롯해 ▲존슨앤존슨의 HIV 치료제 프레지스타 ▲항암제 ▲독감치료제 ▲신종플루치료제 ▲말라리아치료제 ▲항생제 ▲발기부전치료제 등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에서 3건의 임상을 진행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에볼라치료제로 개발중이던 후보물질이다.


최근 국내 제약회사인 일양약품과 부광약품도 자사 제품의 코로나 치료제 효과나 가능성을 공개해 주가가 급등했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 치료제로 판매 중인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가 시험관내 시험(in vitro)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알렸다. 대조군으로 칼레트라 주성분을 사용했더니 플라크 감소 시험과 RT-PCR 검사에서 레보비르와 칼레트라가 유사한 억제능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일양약품도 지난 13일 백혈병 치료 항암제 '슈펙트'와 '메르스 치료 후보물질 9종'이 시험관내 시험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탁월하게 억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정부과제로 선정돼 연구 수행 중이었다.


코미팜 역시 지난달 26일 항암제로 개발 중이던 신약 후보물질 ‘파나픽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 신청했다는 발표 이후 큰 관심을 받았다.


코미팜은 사이토카인 억제 기전의 후보물질 파나픽스를 코로나19 폐렴 진단 환자 100명에 적용하는 임상 2/3상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회사 측은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파나픽스가 코로나19 감염자에 발생하는 폐렴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양약품과 부광약품이 진행했다는 시험관내 시험은 동물실험이나 인체 대상 임상시험 전의 초기 단계 연구에 불과해 치료제 개발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양약품과 코미팜은 메르스 당시에도 치료제 개발을 시도 했드나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항암제나 치매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회사가 관심영역에서 밀려나다보니 너도나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발표를 내놓고 있다”면서 “기업들 중에선 진척된 상황이 전혀 없거나 제대로 된 연구진이 없는 곳도 있다. 정확한 정보 없이 기업에 대한 성급한 기대나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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