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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브리핑] MBC노동조합 “야당 시장 때리기보다 대구 시민 안전이 더 중요하다”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0.03.11 17:33 수정 2020.03.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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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동조합(제3노조)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대구시와 관련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이하 MBC노동조합 입장>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 우퇴야 섬에서 정신이상자가 캠프장의 청소년들에게 M16 소총을 난사해 69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호숫가에서 부상자들을 옮기던 경찰관에게 기자가 물었다. “사상자가 모두 몇 명입니까?” 그러자 경찰관이 말했다. “지금 사람들 목숨 구하는 게 급하지 그게 문젭니까.” 만약 한국이었고 그 기자가 MBC 소속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피해상황 집계도 못한다고 그날 밤 뉴스데스크에서 맹비난했을 것 같다.


1. 같은 내용을 나흘 동안 반복하며 대구시 비난


대구 한마음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 46명이 나왔다. 모두 신천지 신도였다. 대구시는 3월 4일 아파트 출입을 봉쇄하는 코호트 조치를 시행했다. 다행히 그 뒤 확진 환자는 더 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대구시의 조치가 뒤늦었으며 코호트 격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MBC는 거의 같은 내용을 며칠 동안이나 반복해, 정말 대구 시민들의 안전을 걱정해서 보도하는 것인지 의도마저 의심케 했다.


- 3월 7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한태연)

“한마음 아파트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건 지난달 19일. 이후 닷새 뒤인 24일엔 주민 13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3월 1일과 2일에도 환자가 대거 발생했습니다.. 1차 역학조사가 이뤄진 건 지난 4일이었습니다.”


- 3월 8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박재형)

“한마음 아파트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건 지난달 19일입니다. 이후 24일 13명의 확진 환자가 대거 발생했고, 3월 1일 8명, 2일 7명 등 46명의 확진 환자가 잇따라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이 역학 조사에 돌입한 건 지난 4일 밤.”


- 3월 9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박재형)

“지난달 24일에는 확진환자 13명이 한마음아파트에서 무더기로 쏟아졌고, 이후 환자가 40명을 넘어섰지만, 대구시는 지난 4일에서야 첫 역학조사를 시작했습니다.”


- 3월 10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박재형)

“한마음아파트에서 첫 환자가 나온 건 지난달 19일. 31번 확진환자가 확인된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의 역학조사는 보름이 지난 이달 4일에서야 시작됐습니다.”


리포트를 매일 재방송한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코로나91 확진자가 5천 명이 넘은 도시에서 MBC는 나흘 연속 같은 내용을 되풀이할 정도로 다른 소식이 없었을까.


2. MBC 대신 중국 언론이 대구 걱정


TV조선은 3월 10일 확진자들이 입원 중인 대구의료원에서 다인실 환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달라고 했더니 의료진이 쓸 것도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의료원 일부 직원들은 마스크 하나로 일주일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대량 감염이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이다. 그래도 대구MBC에는 코호트 격리를 늦게 발표한 게 중요하지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대구 시민들도 일주일에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월 27일 “동네별로 배부된 마스크는 통장이 직접 들고 가 가구별로 방문해 전달했다”고 보도했지만, 다른 언론사 사진에 나오는 대구 시민들은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다. 오죽 위태로워 보였으면 중국의 뉴스포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조차 “사람 간 간격이 채 1m도 되지 않는다. 마스크를 사러 나온 건지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어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보도할 정도이다. 대구MBC 기자들도 대개는 대구 시민들일 텐데 왜 이런 문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야당 시장 때려잡기가 중요하다고, 내 이웃 친척 가족의 안전보다 더 중요하겠는가.


3. 코호트 격리는 해제됐는데

대구시 한마음 아파트의 코호트 격리가 해제됐다. 3월 9일 저녁 7시부터 각 방송과 신문 통신사들이 속보 타이틀까지 붙여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MBC는 인터넷 단신 기사 하나 쓰지 않았다. 3월 10일 뉴스투데이와 930뉴스에서 다루었을 뿐 뉴스데스크에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코호트 격리 여부가 아주 중요한 정보이고 주민들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던 MBC가 보인 태도가 그랬다.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시민·사회 단체는 한마음 아파트 집단 발병과 관련해 대구시의 늑장 대응, 뒷북 발표를 강력히 규탄하고 모든 의혹을 밝히라고 촉구했다”는데, 그 분들이 대구MBC 앞으로 몰려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4. 왜 신천지 신도들이 모여 살았을까


대구MBC 윤태호 기자는 3월 7일 뉴스데스크에서 ‘한마음 아파트를 관리하는 대구시 직원이 입주 희망자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만 보면 권영진 시장 등 대구시 직원들이 신천지 신도들을 한마음 아파트에 모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 하다.


의혹 제기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뉴스데스크에서 더 이상 관련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면 다른 언론사 뉴스를 찾아보아야 한다. JTBC는 3월 10일 신천지 전 신도의 증언을 인용해 집에서 쫓겨나거나 가난한 신도들이 서로 소개해 모여 살았다고 보도했다. 한마음 아파트는 방 하나 월세가 2만 2천 원에서 5만 4천 원밖에 안 하고 워낙 낡아 빈 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입주할 때 신천지 교인임을 숨겼다고 아파트 관계자가 말했다.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다 MBC 같았으면 모를 뻔했다.


2020년 3월 11일

MBC노동조합(제3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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