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대책 이후] 청약 당첨돼도 고민?…난감한 고가점 무주택자

높은 당첨 가점에도 ‘청포자’ 늘어

“분양가 9억원 초과, 대출 어려워…9억원 기준 양극화 계속”

서울의 한 은행 내부 모습.ⓒ연합뉴스

#. 서울 거주자 김모씨(45세)의 청약 가점은 무주택기간 32점(15년), 부양가족 수 15점(2명), 통장 가입기간 14점(12년)을 합친 61점으로 서울 인기 단지에서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점수다. 하지만 김씨는 서울 새 아파트의 분양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해보다 이내 청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청약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 당첨이 어려워진 30대들을 일컫는 ‘청포자’(청약포기자)들이 생겨나며 청약 가점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으로 몰리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김씨처럼 40대인데다 장기간 무주택자로 청약 가점이 높아 당첨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막혀 계약을 포기한 물량들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대출이 막혀 아파트 계약을 포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권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의 경우 분양가 9억을 대부분 넘겨 중도금 대출이 나오질 않는다. 또 아파트 당첨을 포기하면 당첨된 청약 통장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 동안 재당첨 제한으로 아파트 청약이 어려워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는 5월 이후 분양 단지를 기다릴 것인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기존 아파트를 구입할 것인지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윤 KB부동산 전문위원은 “61점이라는 청약 가점은 서울 강남권과 강동구 둔촌주공 등 인기 단지에서 청약 당첨을 기대할 수 있는 점수지만, 분양가 9억원을 넘길 경우 대출이 어려워 졌다”며 “높은 가점의 1순위 청약자도 분양가 대비 시세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공략하거나, 무작정 청약이 당첨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워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19번째 대책인 2·20부동산대책에 따라 무주택자의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40%, 조정대상지역은 50%, 비규제지역은 70%까지 가능하고, 전입제한도 받지 않는다.

다만,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대출받아 구입할 경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1년 이내, 조정대상지역은 2년 이내 전입해야 한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의 LTV도 9억원 초과분은 20%까지 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현금자금이 부족한 경우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분양 아파트를 고르거나, 9억원 이하의 주택이 분포된 지역에서의 일반 아파트를 매매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대출을 막으면서 실질적인 무주택자 실수요자도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9억원을 기준으로 시장이 양극화 되면서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9억원 이하 아파트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