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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삼성 XM3, '그저 그런 SUV'가 지겨운 당신에게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3.07 05:00 수정 2020.03.07 06:19

세단의 부드러움, 쿠페의 운전 재미, SUV의 실용성까지 '팔방미인'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한때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는 세단 일색이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개성을 뽐낼 만한 특색 있는 차종에 속했다. 하지만 전체 판매 차종 중 SUV가 40%를 넘는 요즘은 그저 그렇고 그런 흔한 차종일 뿐이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겐 뭔가 더 특별한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을 르노삼성이 잘 파고들었다. 상체만 보면 세단인 듯도, 쿠페인 듯도 보이지만 바닥에서 한참이나 솟아 있는 하체를 보면 영락없는 SUV인 차, 그게 바로 XM3다.


지난 4일 서울 잠원동 웨이브아트센터에서 XM3를 타봤다. 시승 코스는 이곳에서 경기도 양평 더힐하우스까지 올림픽대로를 비롯한 고속화도로와 일부 국도 및 시내 구간을 포함해 왕복 약 120km였다. 시승 모델로는 ‘TCe 260’ 최상위 트림 ‘RE Signature’가 준비됐다.


다양한 색상의 XM3.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다양한 색상의 XM3.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의 가장 큰 장점은 세단의 우아함과 SUV의 강인함을 모두 갖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돼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인스파이어 콘셉트카’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이미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디자인적 특성은 실내공간 구성도 상당히 독특하게 만들었다. 높은 지상고 덕에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높지만, SUV 치고는 전고가 낮은 편이라 머리 위 공간은 생각보다 아담하다. 즉, 올라타는 과정에서는 SUV라는 느낌이 물씬 들지만 일단 시트에 앉으면 일반 세단 정도의 느낌이다.


좌우 폭은 기아차 스포티지나 현대차 투싼 등 기존 준중형 SUV보다는 다소 좁은 느낌이지만 뒷좌석 레그룸은 충분하다. 준중형 SUV 중 가장 긴 전장과 축거(휠베이스)를 갖춘 덕이다. 직접적인 경쟁 차종으로 지목되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보다는 확실히 넉넉한 느낌이다.


XM3 옆모습. 최근 출시되는 다른 SUV들에 비해 앞뒤 오버행이 긴 편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 옆모습. 최근 출시되는 다른 SUV들에 비해 앞뒤 오버행이 긴 편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다만 트레일블레이저보다 43cm나 길고 스포티지보다도 8cm나 긴 전장이 실내공간에 오롯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앞뒤 오버행(바퀴 축에서 차체 끝까지 거리)을 짧게 가져가는 요즘 SUV 트렌드와 달리 XM3는 바퀴 앞뒤로 튀어나온 부분이 긴 편이라 전체 길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정통 SUV가 아닌, 세단 느낌을 어느 정도 살리려다 보니 실내 공간에 비해 전장을 길게 가져가는 식의 설계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XM3의 테일게이트를 개방한 모습. 오른쪽은 플로어를 들어 올려 하단 적재공간이 드러난 상태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의 테일게이트를 개방한 모습. 오른쪽은 플로어를 들어 올려 하단 적재공간이 드러난 상태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열 뒤 적재공간은 쿠페식으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탓에 높이 부분에서 손해를 보지만 앞뒤 길이가 긴 덕에 면적은 넓어 동급 최고인 513ℓ를 제공한다.


트렁크 바닥을 들어내면 그 밑에 상당한 크기의 공간이 나온다. 이른바 ‘더블 트렁크 플로어’로, 평소에는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게 플로어를 덮은 상태로 사용하다, 많은 짐을 싣거나 화물을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플로어 아래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화분 같이 위아래로 긴 화물을 세워놓아야 할 때는 일반적인 2박스형 SUV에 비해 불리하겠지만 그 정도는 '스타일을 위한 실용성의 희생'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XM3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인테리어는 차급에 비해 과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센터페시아 상단을 큼지막하게 차지한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경쟁사들이 많이 채택하는 10.2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에 비해 수치상으로 작아 보이지만 면적을 따지면 9.3인치 세로형이 더 크다는 게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실제 체감상으로도 XM3의 디스플레이가 크게 느껴진다.


QM6 등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르노삼성의 전작들은 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지만 XM3는 공조장치를 비롯한 일부 기능을 밖으로 빼내 다이얼식으로 바꿨다.


주행모드 변환이나 온열·통풍시트 조작, 오디오 온-오프 등은 버튼을 누른 뒤 결국은 다시 디스플레이에서 메뉴를 고르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시작부터 디스플레이 안에서 몇 단계를 거치던 과거 방식보다는 확실히 편해졌다.


XM3의 10.25인치 클러스터. 주행모드에 따라 구성이 변한다. 위부터 '마이 센스', '스포츠', '에코' 모드.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의 10.25인치 클러스터. 주행모드에 따라 구성이 변한다. 위부터 '마이 센스', '스포츠', '에코' 모드.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기계식 계기판을 대신한 10.25인치 클러스터도 XM3에 대한 평가를 ‘첨단’ 반열에 올려놓는 데 일조한다. 클러스터에 연동되는 내비게이션은 ‘요약본’이 아니라 ‘원본’에 가깝다. 운전 중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굳이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


도어트림과 센터콘솔, 대시보드 등 손에 닿는 부분은 모두 푹신한 질감의 마감재를 둘렀고, 가죽시트의 질감도 고급스럽다. 휴대폰 무선충전기능 등 고급 옵션도 눈에 띈다.


XM3 센터페시아 하단에 장착된 휴대폰 무선충전장치.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 센터페시아 하단에 장착된 휴대폰 무선충전장치.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다소 아쉬운 부분은 센터콘솔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요즘 버튼이나 다이얼식 기어를 장착하며 남는 공간만큼 컵홀더를 앞으로 빼고 그 뒤의 센터콘솔을 키운 차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XM3의 센터콘솔이 작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조용히 차체가 움직인다. 저속 주행에서는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고속에서는 의외의 야성을 뿜어낸다. 저배기량 터보 엔진이지만 억지로 출력을 쥐어 짜내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XM3 엔진룸을 개방한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 엔진룸을 개방한 모습.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르노와 다임러 벤츠가 공동 개발한 ‘TCe 26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작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배기량은 1.3ℓ에 불과하지만 우습게 볼 게 아니다. 최고출력은 152마력(hp), 최대토크는 26.0kg·m에 달한다. 덩치가 더 큰 QM6를 움직이는 2.0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이 144마력, 최대토크가 20.4kg·m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TCe 260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주행 모드를 기본 세팅인 ‘마이 센스’로 놓았을 때는 급격히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다소 버거워 보이지만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마치 다른 엔진으로 갈아 끼운 듯 빠르게 치고 나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핸들도 다소 무거워지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엔진이 한동안 높은 rpm을 유지한다. 주행 모드를 변환하면 클러스터 디자인도 바뀐다. 클러스터 가운데 넓은 공간을 차지하던 내비게이션 화면은 축소돼 왼쪽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붉은색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채운다.


무엇보다 터보 엔진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터보랙(가속 반응 지연 현상)이 없다는 게 만족스럽다. 전자식 터보차저를 달아 공기 압력 팽창 타이밍을 조절하기 때문에 꿀렁거림 없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그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아주 민첩하진 않지만 지상고가 높은 SUV 치고는 안정적이다. 동력성능과 핸들링 모두 XM3를 ‘펀카(Fun Car)’ 반열에 올려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그동안 르노삼성에서 출시한 차종들의 핸디캡으로 지적됐던 ADAS(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 기능도 일부 갖췄다. XM3에는 르노삼성 차종 최초로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돼 주행 중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정체 구간에서 자동으로 정지와 출발을 해준다. 하지만 조향(핸들조작)을 보조해주는 기능은 ‘차선 이탈방지 보조’가 유일하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ACC와 차선 이탈방지 보조를 켜고 주행하니 발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로부터 자유로웠지만 손은 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조향 보조 기능은 차로 중심을 유지해주는 게 아니라 차선을 넘어설 상황에서 ‘튕겨주는’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핸들은 계속해서 운전자가 통제해야 한다.


사실상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고속도로주행보조(HDA)는 장착되지 않았다. 다소 아쉽지만 XM3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자동으로 주차해주는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EPA)을 장착해 부족함을 채웠다.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XM3 주행 모습. ⓒ르노삼성자동차

저배기량 엔진인 만큼 연비도 우수하다. 잠원에서 양평을 향할 때는 ‘마이 센스’ 모드로 일상적인 패턴으로 주행한 결과 15.7km/ℓ가 나왔고, 복귀 시에는 ‘스포츠’ 모드로 다소 과격한 주행을 했음에도 12.1km/ℓ가 체크됐다. 회사측이 밝힌 18인치 타이어 기준 신고연비는 복합 13.2km/ℓ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비를 높이기 위해 장착한 ISG(정차·출발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켜지는 기능) 구동시 소음이 거슬린다는 점이다. 최근 ISG 기능을 장착한 가솔린차들은 시동이 켜지는지도 모를 정도니 ISG를 활성화해도 운전에 부담이 없지만 XM3는 그 점이 아쉽다.


서울 잠원동 웨이브아트센터에 전시된 XM3.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서울 잠원동 웨이브아트센터에 전시된 XM3.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XM3는 사전계약 당시부터 뛰어난 가성비로 화제를 모았다. 준중형 사이즈에 멋스런 디자인까지 갖추고도 17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을 제시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XM3 기본트림은 시승차와는 다른 1.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하고 일부 고급 사양도 제외됐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700만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상품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동안 준중형 세단에서 소형 SUV로 중심 이동했던 엔트리카(생애 첫 차) 시장이 XM3의 등장으로 또 한 번 들썩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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