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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1600조 시대…코로나가 빚덩이 더 키울판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2.25 12:10 수정 2020.02.25 10:36

지난해에만 가계신용 63.4조 늘어…가계대출 1500조 돌파

'사상 최저' 금리 인하 역풍…코로나 악재 속 한은 '딜레마'

국내 가계신용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가계신용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마침내 가계 빚 1600조원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까지 추락하면서 이미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대출이 다시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전국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계 빚 흐름은 한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신용이 1600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1536조7000억원) 대비 4.1%(63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인 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로, 가계 빚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다소 안정 국면에 접어든 듯 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증가세가 가팔라지며 몸집을 키우는 모습이다. 2018년 4분기 22조8000억원이었던 가계신용 증가폭은 지난해 1분기 3조2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같은 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6조8000억원, 15조8000억원으로 늘더니 4분기에는 2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30조원에 육박했다.


이 같은 가계 빚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은 역시 대출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은 1504조4000억원으로 사상 첫 15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1446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4.0%(57조8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가계대출의 분기별 증가폭 역시 ▲1분기 5조1000억원 ▲2분기 16조3000억원 ▲3분기 13조4000억원 ▲4분기 23조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 동안 잠잠하던 가계부채가 이렇게 다시 기지개를 켠 배경에는 심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은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돌입하면서 시장에서의 이자가 저렴해지자 대출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간 상태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 국면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예상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최근 양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19 역풍으로 우리나라가 올해 1%대의 경제성장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기존 2.1%에서 1.9%로, S&P 역시 2.1%에서 1.6%로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씩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경우 가계 빚 확대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기는커녕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부채만 계속 쌓이는 악순환 속 가계가 짊어지게 된 짐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제 시선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은의 판단에 쏠린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아울러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제시해 둔 상태다. 국내외 경제 연구 기관들처럼 한은도 종전 전망치를 하향하면 기준금리 인하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빚의 규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는 측면이 염려스러운 대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여기는 수요가 늘면서 가계 빚이 계속 확대일로를 이어가는 와중, 경제 침체로 대출 상환 능력 악화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전반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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