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성장 위기론까지…신종 코로나에 韓 경제 '몸살'
입력 2020.02.20 10:41
수정 2020.02.20 13:41
성장률 전망치 1%대 하향 이어져…장기화 시 추가 추락 관측
내주 한은 발표 주목…'역대 최저' 기준금리 더 떨어질까 관심
좀처럼 해결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 우리나라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는 2%대 성장률을 겨우 방어했지만, 양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코로나19 역풍에 올해는 1%대 추락이 현실이 될 것이란 경고를 내놓는 등 부정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0%대까지 성장률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이미 역대 최저까지 내려간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포인트 하향한 1.9%로 수정했다. 지난해에는 2.0%의 경제성장률에 턱걸이 하는데 성공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1%대 진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로 중국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오고, 그 악영향이 다른 주변 국가들까지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교통과 소매, 관광,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예측이다. 무디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5.8%에서 5.2%로 조정헸다.
S&P도 코로나19 여파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1%에서 1.6%로 내려 잡았다. S&P는 코로나19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 이동, 공급망, 무역, 원자재 가격 등에 큰 타격을 주면서 한국은 인구 이동 감소와 공급망 차질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탈이코노믹스 역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5%로 크게 낮췄다. 또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코로나19의 영향은 올해 1분기 세계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킬 만큼 클 것이라며, 최소한 두 분기의 글로벌 성장 전망을 바꿔야 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노무라증권의 관측은 더욱 비관적이다. 코로나19를 매듭짓기까지의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0%대 성장률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란 경고다.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통제를 전제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약간 낮은 1.8%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이번 달 안에 끝나고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로 제한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은 봉쇄 조치가 오는 4월 말까지 이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3%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올해 6월 말까지 해당 조치가 계속되면 0.5%까지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관광 부문에 충격이 더 커지고 국내 서비스 산업도 위축돼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해외 기관들에 비해서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국내에서도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얼마 전 발간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거시경제적 파급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이제 시선은 다음 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에 쏠린다. 국내외 경제 연구 기관들처럼 종전 전망치를 하향할지가 관심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제시해 둔 상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고전했던 지난해보다는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럴 경우 기준금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경기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경제 심리 위축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한은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두 차례 인하를 통해 이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까지 떨어져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은이 당분간 원래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1분기도 않은 시점에서 자칫 경기 불안을 키울 수 있고, 거시경제 지표를 너무 자주 바꾼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어서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4%와의 차이가 더 벌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도 한은이 이를 의식해 민간과 대비되는 행보를 지속한다면 보수적 행보에 대한 비판은 또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경험으로 비춰볼 때 한은이 민간보다 앞서 경제성장률을 선제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할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