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칸 찍고 오스카…'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가능했던 이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2.11 08:59 수정 2020.02.11 09:33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 휩쓴 '쾌거'

칸 황금종려상·골든글로브 수상 이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필두로 10여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기록적인 수상 행진을 이어왔던 '기생충'이 마침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인 순간이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영화사에 남을 한 획을 긋게 됐다.


'기생충'은 또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비(非)영어 영화의 각본상 수상은 2002년에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 장편 영화상도 수상했다. 아시아 영화의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은 2001년 '와호장룡' 이후 19년 만이다.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평소 하던 대로만 했던 것뿐인데 놀라운 결과가 있어서 얼떨떨하다. 꿈에거 깰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봉 감독은 "제가 1인치 장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장벽은 무너지고 있는 상태였고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모두 연결돼 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상 비결에 대해선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작품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다"고 짚었다.


봉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 후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들로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기생충'에서도 이어졌고, 이는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의 경우 작년 10월 11일 북미 개봉과 함께 '기생충'은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봉하이브'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팬덤을 양산했다.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이른바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이라 불리는 전미 비평가협회(작품상, 각본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서의 주요 부문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 미국 작가조합(WGA),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미국 영화편집자협회에서 주는 최고상들을 잇달아 수상하며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미국 언론과 평론가들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LA 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저스틴 창은 "다크호스 중의 다크호스이자 역대 최강의 와일드카드인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역시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서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 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또한 국제 장편 영화상에 대해서는 두 매체 모두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고 언급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기생충'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영화이자 가장 신랄하고 통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A.M.P.A.S.®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의 성과 뒤에는 한국영화계 최초로 진행됐던 '아카데미 캠페인' 과정에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연례 행사처럼 벌이는 캠페인이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긴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10월 11일) 이전부터 일찌감치 캠페인 예산을 수립하고 북미 배급사 네온(NEON)과 함께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프로모션 활동을 벌였다.


봉 감독은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년 9월 이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수백 차례에 걸친 외신 인터뷰와 행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BTS가 누리는 파워는 저의 3000배, (한국은)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 등과 같은 봉준호 감독의 매력적인 어록들도 현지의 큰 관심을 끌었다.


송강호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관계자도 바쁜 시간을 쪼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힘을 보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카데미 캠페인 노하우가 한국영화산업에 경험치로 쌓인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라고 배급사 CJ ENM은 분석했다.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의 북미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10일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3500만 달러(약 415억원),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은 1억6천만 달러(약 19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상영관은 총 1060개다.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의 대기록이다.


종전 6위는 2001년에 개봉한 '아멜리에'(3300만 달러)였다. 5위는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00만 달러)인데, 이 기록 역시 '기생충'이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기생충'이 개봉된 국가는 미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독일,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스웨덴, 멕시코, 일본, 인도, 영국 등 총 67개국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