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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전체로 전이되는 공수처라는 암덩어리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12.30 15:00 수정 2019.12.30 14:59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 정권, 검찰 위에 충견 만들어 사정기능 제어 속셈

민주당, 정권 안위 위해 야바위꾼 손 잡아...힘의 논리로 군소정당 이용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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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본회의 처리를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관련해 “무소불위, 안하무인 검찰을 개혁해 검찰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밝히며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우리 공직 사회가 훨씬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 공수처법 통과를 시작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모두 통과 시켜 반드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본회의 처리를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관련해 “무소불위, 안하무인 검찰을 개혁해 검찰을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밝히며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우리 공직 사회가 훨씬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 공수처법 통과를 시작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모두 통과 시켜 반드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간암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을 통째로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을 없앤 자동차는 있지만 간이 없는 인간은 생존이 불가능하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은 검찰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공권력의 핵심인 검찰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 공권력은 대외적으로는 군대이고, 대내적으로는 사정기관인 검찰과 경찰이다. 이를 없애는 것은 국가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근무를 태만히 한 해경을 질책하며 해경조직 자체를 없애 버렸다. 그러나 그의 결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책임을 떠넘겼다’며 세월호 유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섰고 국민들도 공분했다. 정권이 바뀌고 해경은 다시 부활했다.

검찰을 없애지 못하는 문재인 정권은 검찰을 무력화시키기로 마음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공수처’라는 새로운 암덩어리는 검찰위에 얹혀 놨다. 검찰에 공급되는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기 위해서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은 생명은 유지하겠지만 있으나마나 한 빈껍데기가 된다. 그리고 공수처라는 암은 온몸에 암세포를 전이할 것이다. 검찰은 그나마 법적 견제장치가 있다. 헌법과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견제장치가 일종의 백혈구다. 그러나 공수처에는 견제할 수 있는 백혈구가 없다. 완전 ‘치외법권 영역’이다. 검찰에 대한 ‘무소불위’ 주장은 여기에 비하면 농담같이 들린다.

얼마 전부터 ‘유재수 비위은폐사건’, ‘울산 불법선거개입사건’ 등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야당의 울부짖음도 있었지만, 검찰의 수사가 없었다면 그냥 묻혀버렸을 것이다. 현 정부는 당황했다. 전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과정에 피 맛을 본 사냥개가 주인의 피 냄새를 맡고 대드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믿어 마지않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職)과 명(命)을 걸었다. 정권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온갖 수를 썼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올려 견제하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장관직무대행인 차관에게 직접 보고를 들으며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챙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제 추미애 의원까지 법무부장관에 지명했다. 추 의원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 거북하긴 마찬가지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불편한 사냥꾼을 기용해 위협적인 사냥개를 잡는 형국이다. 일종의 용병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고육책(苦肉策)까지 쓰게 된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추 의원이 장관이 되면 바로 검찰인사를 단행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지 않았나 보다. ‘공수처’가 필요했던 이유다. 독재국가 중국이 좋은 모델이 제공했다. 민주주의는 ‘나몰라’라다. 지금 정권의 명운이 경각에 처했는데 체면이나 의식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야말로 사치일 뿐이다. 제도적으로 검찰을 정권의 충견으로 묶어두고, 검찰 위에 정권의 확실한 충견을 다시 만들어 사정기능을 제어하겠다는 심사다.

이를 위한 작업은 고되고 험난했다. 여당 혼자서는 공수처를 만들 수 없었다. 수적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수를 동원했다. 여타 군소정당을 꼬셔서 야합을 한 것이다. 군소정당들은 21대 국회에서 보다 안정적인 의석이 필요했다. 정의당이 앞장섰고 심상정 대표가 주도했다. 군소정당 중에서도 민주당 위에 있는 정의당이 총대를 멘 형국이다. ‘준연동형비례대표’ 선거법을 제안했다. 세계에 찾아볼 수 없는 민심왜곡 제도다. ‘연동형’은 의원내각제에서 시행되고는 있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매우 희소하다. 대표적인 곳이 베네수엘라다. 그러나 그 제도가 얼마나 불안한 지는 세계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아니고, 들어보지도 못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온갖 편법이 숨어있는 제도다.

명분은 그럴듯하다. ‘거대 양당의 횡포를 막겠다’는 명분이다. 그 동안의 정치실종을 양당체제에 돌린 것이다. 대통령제는 대부분 양당체제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도 그렇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횡포라고 하지는 않는다. 시스템엔 적합한 모델이 있다. 옷을 입을 때도 일반원칙이 있다. 양복 윗도리에 한복 하의를 입으면 매칭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제의 양당제는 역사적으로 그 효용이 인정됐기 때문에 활용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실종은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기 때문이다. 그럴 것 같으면 아예 내각제를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헌법 개정을 위해 만들어 놓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하라는 것은 안하고 엉뚱한 기형아를 만들어 놨다. 이들의 속셈은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텝이 꼬였고 말실수가 나왔다. “의석을 배분하는 산법을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 까지 했다. 이정도면 야바위꾼이다. 그동안 정의당은 소수의 의석을 가지고 여당인 민주당을 좌지우지했다. 그런 편법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려는 사기극이다.

민주당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야바위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다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는지 막판에 연동형비율을 최소화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군소정당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게 힘의 논리다. 선거법 통과에 이어 패스트트랙 자매법인 공수처법이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내부반란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당은 ‘비례민주당’을 무기로 군소야당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비례한국당’과 ‘비례민주당’이 나오면 그동안의 노고가 허사가 된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공수처법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당은 무기명투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그러면서도 대안을 찾기 급급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권은희안’이다. 그러나 ‘권은희안’이라도 공수처법 자체의 위헌성은 해소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민의를 왜곡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암세포를 만들어 밀어붙이고 있다. 암이 발병하면 온몸이 여기 집중하느라 다른 작은 질병들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암을 치료하는 동안 면역력 저하와 합병증으로 생명체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딱 그렇다. 공수처라는 암덩어리가 다른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인다. 경제, 민생, 안보 등 중요한 법안들은 모두 뒷전이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국가운명의 결정적인 사안들인데 말이다. 그러나 항임 치료를 멈출 수는 없다. 놓아두면 온몸에 암세포가 퍼지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는 어느 날 하늘에서 운명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면밀하게 만들어 놓은 덫이다. 정권의 연장을 위해서라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심보 같다.

이제 곧 총선이다. 야당은 분명이 기존의 ‘양대 악법’을 바로잡는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폭정을 막을 수 없고, 그러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다른 질병들에 대응할 수 없다. 한일 경제전쟁, 원자력발전소정책 등 이런 국력낭비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가? 이 악순환을 막을 권력은 국민밖에 없다. 국가의 운명이 내년 총선에 달린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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