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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데일리안 결산] 인보사부터 발암물질까지…다사다난했던 제약바이오

이은정 기자
입력 2019.12.27 06:00
수정 2019.12.27 05:56

인보사 사태 비롯 잇따른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침체

공격적 R&D 투자로 신약개발 결실

중소 바이오벤처 5조원 규모 기술수출 신화

인보사 사태 비롯 잇따른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침체
공격적 R&D 투자로 신약개발 결실
중소 바이오벤처 5조원 규모 기술수출 신화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SK

올 한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연이은 임상 실패로 ‘K바이오 위기론’이 나왔을 정도다.

허가된 세포 대신 다른 세포를 활용해 치료제를 만든 것으로 뒤늦게 드러난 코오롱의 ‘인보사’, 임상 3상에서 사상 초유의 약물 혼용 사태로 유의미한 결과 도출에 실패한 헬릭스미스, 상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신라젠의 ‘펙사벡’이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임상 3상 실패 발표를 전후로 나타난 경영진의 미씸적은 행동들은 투자자들의 의심을 더욱 키웠고, 결과적으로는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도를 끌어내렸다. 실패 발표 전 주요 임원들이 주식을 대거 파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임상 3상을 무리하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위장약서 발암물질 검출…식약처 뒷북 대응으로 뭇매

설상가상 하반기엔 위장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처방된 약이 판매 중단되는 악재도 있었다.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니자티딘에 이어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에서도 발암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연달아 검출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늑장 대응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NDMA는 이미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에서 논란이 된 물질인데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외국 기관이 먼저 위험성을 지적한 후에야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라니티딘 사태는 미국에서 잔탁에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식약처의 뒷북 대응이 이어졌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美 FDA 허가 '쾌거'

그러나 웃을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판허가는 K바이오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잇따른 임상 3상 실패로 얼어붙은 업계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 이벤트였다.

다른 업체들이 제네릭(복제약)으로 재미를 볼 때 한 눈을 팔지 않고 꾸준히 신약 개발에 매진해 얻은 결실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 개발부터 FDA 허가를 받기까지 들인 기간은 18년이다. 2001년 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합성한 화합물 2000여개를 분석해 신약물질을 처음 찾아냈고, 2008년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후 2015년 임상 2상 시험을 마무리한 데 이어 임상 3상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한 뒤 올해 FDA에 신약 판매허가를 받아냈다.

바이오벤처 올 5조원 기술수출

바이오벤처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알테오젠 1조6190억원, 큐라티스 1조2000억원, 지아이이노베이션 9393억원, 브릿지바이오 1조5183억원 등 중소벤처들이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똘똘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전임상(동물실험)이나 임상 초기 단계에 글로벌 빅파마로 이를 넘기는 전략이 먹혀들었다.

알테오젠은 환자가 맞기에 불편한 정맥주사용 의약품을 인슐린 주사와 같은 편리한 피하주사(SC)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효소 및 관련 기술을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큐라티스도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성인 및 청소년 결핵예방 백신기술을 팔았다. 브릿지바이오 역시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다만 올해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국산 신약은 없었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결국 미국과 유럽에서 검증을 다시 한번 받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 임상부터 해외로 나가는 이른바 '식약처 패싱'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유난히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바이오벤처들의 기술수출 소식 등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는 좋은 일도 많았다"면서 "올 한해 겪은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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