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메트포르민은 발사르탄 사태 데자뷰?
입력 2019.12.18 07:00
수정 2019.12.17 22:09
고혈압약·위장약 이어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NDMA 검출
과도한 불안감 가라앉힐 수 있는 기준과 대응책 필요
고혈압약·위장약 이어 당뇨병 치료제에서도 NDMA 검출
과도한 불안감 가라앉힐 수 있는 기준과 대응책 필요
요즘 당뇨병 약 페트포르민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돼 환자와 제약업계, 정부 모두 혼란에 빠졌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의 80%가 복용하는 약이다. 국내서 복용하는 환자만 2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지난해 고혈압약 치료제인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던 때가 떠오른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사르탄 NDMA 검출 원인을 제조 과정에서의 화학반응 때문이라고 밝혔다. 발사르탄을 제조할 때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용매가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올해 터진 라니티딘 사태와는 원인이 조금 다르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은 물질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추정했다.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제조과정에서 NDMA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보관과정에서 자연 생성됐을 가능성에 식약처가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도대체 NDMA가 무엇이길래 난리인 걸까. NDMA가 인체 발암 추정물질(2A)이라며 일각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발사르탄에서부터 라니티딘, 니자티딘 그리고 최근 메트포르민까지 문제가 된 NDMA는 약물 제조공정에서 비의도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공기, 물, 화장품 등을 통해서도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약물에서 허용되는 96나노그램은 70년간 꾸준히 노출됐을 때 10만명 중 1명에서 암이 발생할 정도의 확률이라고 한다. 같은 2A 등급으로는 ▲튀긴 음식 ▲이발·미용직(파마약) ▲말라리아 ▲교대근무(수면장애) ▲아크릴아미드 ▲아드리아마이신 등이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NDMA가 세상에 문제로 드러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분석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그래서 원료나 완제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는 품질관리 소홀의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NDMA 생성의 인과관계도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애초 식약처는 NDMA와 관련해 각 제약사가 스스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검사 결과를 내놓으면 이를 살펴볼 계획이었다. 제약업체가 실시한 NDMA 발생 가능성 평가는 내년 5월까지, 시험 검사 결과는 2021년 5월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을 둘러싼 우려가 새롭게 제기되면서 식약처는 뒤늦게 자체 검출 시험법 도입이 필요한 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국의 뒷북행정이 NDMA를 비롯한 불순물 전반에 대한 환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물질에서 언제 어떻게 NDMA가 검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식약처의 표준화된 검출 방법과 기준 없이는 발암물질 '포비아'를 막을 수 없다.
제약사들이 속수무책으로 판매정지 혹은 퇴출 조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정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탁상에서 나온 불순물관리대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