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지속되는 '노조 리스크'…내년도 불투명
입력 2019.12.23 11:30
수정 2019.12.23 12:49
르노삼성 노조 파업 수위 높여 사측 압박…XM3 물량 계약 차질 우려
기아차 신차 호조에도 노조 '발목', 한국GM 임단협은 내년 재개 전망
르노삼성 노조 파업 수위 높여 사측 압박…XM3 물량 계약 차질 우려
기아차 신차 호조에도 노조 '발목', 한국GM 임단협은 내년 재개 전망
국내 자동차업계가 지속되는 '노조 리스크'로 연말에도 진통을 겪고 있다. 2019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한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3곳은 노사 갈등으로 임단협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내년 생산 계획과 직결되는 XM3 수출 물량을 아직 확정짓지 않은 단계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계약이 그만큼 늦춰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20일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회사측은 900만원 일시금 지급과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 등으로 통상임금을 120%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이기 위해 23일엔 주야간 근무조 각 3시간씩 총 6시간 예정이던 파업 시간을 총 8시간으로 늘렸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31일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내년 신차 위탁생산 물량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노사 갈등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은 QM6 LPG 모델 수요 증가로 생산에 집중하면서 본사와 XM3 수출물량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만일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내년 3월 이후부터 생산 절벽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인상하면 생산 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물량 확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기아차도 지난 20일 임단협을 두고 협상을 재개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앞서 노사는 지난 10일 16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격려금 150%+30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원 등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안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현대차 수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 13일 부결됐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가 18일 담화문을 통해 "생존과 고용안정을 위해 경쟁력을 높이고 비효율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노조 설득에 나섰으나 노조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라며 18~19일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신차 공백 후 올해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기아차는 1대라도 더 팔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으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향후 신차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GM도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한국GM은 임단협이 잠정 중단된 상태로 새로 선출된 집행부와 내년 초부터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 집행부는 단협 원상회복, 구조조정 저지 등을 내세우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한국GM은 판매 부진으로 23일부터 1주일간 창원공장 후반 근무조를 대상으로 임시휴업에 돌입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완성차들이 '노조 리스크'로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한다. 올해 연간 자동차 생산은 4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역시 내수·수출 회복 지연으로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모두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노사 갈등은 사업 계획 수립을 지연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들은 수익성 개선 뿐 아니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있다"면서 "노사는 불필요한 소모전은 그치고 장기 생존을 위한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