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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자 표기 없애라”…제조사-판매사 이해관계 대립

이은정 기자
입력 2019.12.04 06:00
수정 2019.12.03 20:35

중소 화장품기업 "K뷰티 경쟁력 약화시키는 주범"

화장품 제조업계 "소비자 알권리 위해 유지해야"

중소 화장품기업 "K뷰티 경쟁력 약화시키는 주범"
화장품 제조업계 "소비자 알권리 위해 유지해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화장품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화장품 제조원 표기 의무 규정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 됐다. 화장품 중소기업들은 제조업체가 노출되면 어렵게 만든 상품을 그대로 베낀 유사상품이 난무 할 거라고 주장하고, 제조업체들은 제조자 표기와 카피 제품 난립은 관계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위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12명이 지난 10월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삭제'를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화장품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화장품 분야의 주요 수탁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행법에 따라 제품의 품질·안전 책임이 화장품 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과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화장품제조업자의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으므로 화장품의 포장에 화장품 책임판매업자의 상호 및 주소만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법 10조는 국내 판매 화장품에 제품을 생산, 제조하는 '제조업자'와 이를 판매하는 '책임판매업자'를 구분해 표시할 것을 의무로 한다. 책임판매업자는 화장품 판매, 유통을 담당하는 브랜드사, 제조업자는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수탁생산하는 ODM이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화장품 제조업자 표기 논란은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화장품 제조업자 표기 의무 규정 때문에 수출이 급감했다고 주장하면서 불이 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 화장품 매출액은 2016년 13조3877억원에서 2017년 10조1275억원으로 24.2% 감소했다. 2016년 2조432억원이던 해외수출 매출액도 1년 새 1조7277억원으로 줄었다.

화장품 중소업체들은 매출 감소 원인으로 중국 카피제품을 꼽는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 업체들이 어렵게 브랜드와 제품을 알려 수출을 진행하지만, 중국 업체가 해당 제품 제조사에 유사품을 의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제조사 정보가 노출되면서 외국에 ‘미투’ 제품이 양산되고 결국 국내 중소 화장품업체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화장품 제조사들은 제조업체 표기를 없애면 오히려 ‘짝퉁’이나 불량 화장품이 난립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제조사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져 K뷰티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1사 1처방 원칙이 있어서 어떤 제품을 가져와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한다고 해도 그대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아도 카피 제품과 짝퉁을 만들어내는 나라다. 특히 해외 수출의 경우 그 나라의 제조사 표기법에 따라 제조하면 되기 때문에 국내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식품이나 제약업계에서도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들어가는 게 제조업자 표기인데 화장품만 이를 없애자는 게 어불성설”이라며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제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그대로 표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화장품 제조업자 표기를 없애는 것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한국에 똑같이 적용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화장품의 제조원을 표기하지 않아도 제품 제조부터 판매까지 누가 했는지 알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다.

화장품 ODM 기업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형 ODM 전문 업체들은 이미 국내에 확보된 고객사가 많고 대규모 계약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로 시장 진입을 원하는 해외 화장품 기업들과의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대형 ODM 회사들뿐만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화장품 포장에 제조사 표기를 하는 게 회사 이름을 알리고 계약을 따내는 데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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