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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조 예산전쟁] 혼탁한 대립구도…알맹이 없는 ‘확장적 재정’

배군득 기자
입력 2019.11.26 13:07 수정 2019.11.26 14:03

법정시한 내달 2일…小소위 구성 진통 등으로 처리 가능성 낮아

정부, 재정 확대 설득력 부족…5000억원 이상 감액 불가피

법정시한 내달 2일…小소위 구성 진통 등으로 처리 가능성 낮아
정부, 재정 확대 설득력 부족…5000억원 이상 감액 불가피


김재원(왼쪽부터) 예결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재원(왼쪽부터) 예결위원장, 이종배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 지상욱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처리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막바지 예산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야의 혼탁한 대립구도는 올해도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으로 역대급 규모의 슈퍼예산이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으로 꽉 막힌 경제 숨통을 트겠다는 구상으로 조성된 예산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현 상황에서 재정 확대에는 공감하면서도 선심성 대책이나 일부 쟁점 분야에서 증액 명분이 약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예산소위 1차 심사에서 5000억원이 넘는 예산안이 감액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 1조원까지 감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 처리한 올해 예산의 경우 정부 예산안보다 9865억원 순감한 469조5752억원으로 통과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 여야 대립각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이 정부안으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히려 예산안이 얼마나 감액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국회선진화법 유명무실…대립각만 세우는 여당 협상력

지난 2014년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 2일로 정해졌다. 매년 1월 1일 타종식 전에 가까스로 통과한 ‘새해 예산’이라는 비난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다.

국회선진화법이 재정된 다음해인 2015년을 제외하고 예산안 통과는 매년 진통을 겪었다. 첫 해 이후에 계속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는 선진화법 재정 이후 가장 늦은 8일 새벽에 통과됐다.

특히 2017년 예산은 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 3일 새벽에 통과됐다.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현재 자유한국당)은 ‘여소야대’라는 불리함에도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며 예산 통과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선진화법은 유명무실해졌다.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 한나라당 공세가 만만치 않더라도 대화와 타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 정부에서 예산안 통과는 계속 늦어지는 추세다. 2018년 예산은 6일 새벽, 2019년 예산은 8일 새벽에 지각 통과됐다. 야당의 강력한 공세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여당의 협상력 부재가 드러난 대목이다.

내년 예산안만 놓고 보면 쟁점의 타협점이 쉽지 않다. 특히 보건복지·일자리 예산은 여야 모두 백병전을 치룰 태세다. 선심성·땜질 예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내년 예산전쟁의 최고 분수령이다.

여당은 경기 활성화 카드로 야당 설득에 나서고 있다. 복지 예산도 불가피한 증액이라며 원안 사수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엿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재정중독’에 빠졌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퍼주기 예산을 재정확대로 포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건복지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증가한 181조5703억원이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1.3% 증가한 25조7697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복지와 일자리 예산은 매년 두 자릿수 규모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지난 2년간 관련 분야에서는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총선모드 돌입한 정치권…야당 설득할 당근 있나

내년 예산안 처리는 단순히 정부 예산을 통과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치권은 내년에 많은 셈법이 걸려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는 전초전이다. 여야 모두 강대강 대결 국면에서 초반부터 밀릴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남북협력기금 1조2200억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남북기금은 올해보다 10.3%나 늘었는데, 소강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에 막대한 예산을 써야 한다는 명분이 약해진 상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처리라는 점과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4월 15일에 열린다는 것도 예산전쟁이 가열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을 설득할 ‘당근책’이 마땅치 않다.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법안 등이 그나마 ‘빅딜’을 성사시킬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역대 예산 처리 중 12월 31일을 넘긴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모두 31일 자정까지 예산을 통과 시켰다. 올해 역시 예산전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처리는 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다음 해 1월 1일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올해 예산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과정에서 예산 처리에 늑장을 부릴 여유가 없다. 다만, 여당이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법정시한 내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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