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연 "총선 불출마, 부산시장 선거 때문 아니다"
입력 2019.11.24 04:00
수정 2019.11.24 04:45
"20대 공천 파동, 가장 좀비정당 같은 모습 발현
현역 3분의1 컷오프, 근본적 인적쇄신 담보 안돼
변혁과 보수통합, 순조롭지 않아…전망 어둡다"
"20대 공천 파동, 가장 좀비정당 같은 모습 발현
현역 3분의1 컷오프, 근본적 인적쇄신 담보 안돼
변혁과 보수통합, 순조롭지 않아…전망 어둡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들을 당에 설명해도, 판단 기준에 좀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당에서 채택하거나 활용할 채비가 안 갖춰진 것 같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2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졌다. 연구원에서 정책과 의제를 발굴해 당에 전달해도 당에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설명이였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당은 이 시대의 정당이 다뤄야할 정책과제들을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총선과 공천을 앞두고 격전지 여론조사 등을 진행하고 이슈 및 정책 발굴 역할을 담당하는 당의 핵심 기관이다.
지난 17일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고, 좀비 같은 정당"이라고 비난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을 두고 당 안팎에선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 그 이후는 머릿속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선기획단에서 발표한 현역 의원 '3분의 1 컷오프' 방침에 대해선 "양적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전원 총선 불출마·당 해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안철수계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보수통합과 관련해선 "초기 단계가 순조롭게 잘 진행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현재까지의 경과만을 지켜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부산 금정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3선(18·19·20대)의 김 의원은 부친인 고(故) 김진재 전 의원(5선)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최연소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 시절 한나라당 내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지냈고, 새누리당에선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멤버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발의에 노력했으며, 현재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 앞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와 오늘(22일) 만난 걸로 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단식이라는 큰 결단을 하시게 된 게 마음이 아프고,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말씀드렸다. 지난 일요일(17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사전에 상의를 못 드려서 죄송하고, 기자회견 때 밝혔던 내용은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한 말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대표께서 ‘알겠다.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불출마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정치에 대한 자괴감이 계속 누적돼 오다가 지난주 몇 건의 계기가 진척이 되면서 불출마 결정을 하게 됐다."
-지난 12일 청년 당협위원장들이 당 쇄신을 요구하며 당 해체를 주장한 것을 놓고 당내에서 '주동자 색출'을 지시한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당 쇄신을 요구한 데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주동자 색출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상당히 좀 의외였다. 그러나 (불출마 이유에 대해) 어느 하나의 사건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산시장 선거 출마설은.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악의적인 이야기를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다. 국회의원 임기 마지막 날까지(내년 5월 29일) 최선을 다할 생각이고, 그 이후는 머릿속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미 그런 기회(출마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 출마를 했겠지.
-당 투톱 '황교안·나경원 선도 불출마'에 대한 입장은 그대로인가.
"그렇다. 현재의 직책에서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고 (내년 총선) 불출마 결단을 내려주면 당과 나라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두 분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
"(불출마를) 압박할 생각은 없다. 나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한국당은 생명령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고 했다. 좀비 정당의 모습이 가장 심하게 발현된 시기가 있었다면.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상황이 지금의 문제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벌어진 공천파동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지난 21일 총선기획단에서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3분의 1을 공천 배제(컷오프)하고 현역 의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개혁 공천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적쇄신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나.
"인적쇄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양적 목표가 좋은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적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의 근본적인 쇄신을 담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원 총선 불출마와 당 해체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자기 검열을 해서 이야기를 한들 그게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채택 될 수 있겠나. 또,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타협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당 해체를 주장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람들이란.
"'공적인 책무감'을 가지고 사심 없이 공동체 봉사를 위해 일할 사람들이다. '인정 결핍'이나 '과시욕'에 의해 공직 진출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안 된다. 국가를 포함한 공동체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앞세우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나오면 안 된다."
-지난 6월 '황교안 대표는 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지켜봤을 때 당과 대표께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보수통합에 대한 전망은.
"통합의 초기단계가 순조롭게 잘 진행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현재까지의 경과만을 지켜보면,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황 대표가 통합추진단장에 원유철 의원을 내정해 당 안팎으로 조금 잡음이 있었다. 한국당 비박계 일부와 변혁 측 일부에선 부정적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메신저 역할만 충실하게 할 수 있으면 누가하든지 관계없다."
-한국당 내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뭐…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유 대표와) 가끔 안부 전화는 한다."
-'당 해체를 주장해놓고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왜 유지하느냐'는 비판도 있다.
"이 시대의 정당이 다뤄야할 정책과제들을 당에서 다루지 않거나 소홀히 한 부분이 많다. 지금 여연에서 그런 정책과제들을 발굴·수립하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게 중단되면 안 된다.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또, 여연에서는 새 시대의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분들이 서로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단되면 안 된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관련 여론조사를 할 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내부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에 비해 이슈 및 정책 발굴하는 게 약간 뒤처진다는 지적은.
"지금 여연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들을 당에 설명해도 판단 기준에 좀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당에서 그런 정책과제들을 채택하거나 활용할 채비가 안 갖춰진 것 같다."
-정책을 발굴해도 당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당하고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의제 채택에 있어서 (당과 여연의) 시각이 다른 것 같다. 꼭 당 지도부로 한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의원님들과 정책 교류를 해보면, 좀…"
-한국당은 특히 청년층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당은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 생각을 읽어내는 것을 넘어 정서적 괴리와 감수성의 차이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