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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에서 불거진 北선원 '강제 북송' 논란…통일부 "흉악범 추방"

이슬기 기자
입력 2019.11.08 02:00
수정 2019.11.08 06:23

예결위 회의장에서 포착된 문자 통해 알려진 '북송'

통일부 "동료 승선원 16명 살해한 흉악범이었다"

여전한 의문…살해 물증·추방 법률 근거 무엇인가

예결위 회의장에서 포착된 문자 통해 알려진 '북송' 사실
통일부 "동료 승선원 16명 살해한 흉악범이었다"
여전한 의문…살해 물증·추방 법률 근거 무엇인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탈북민 송환 문제로 정회가 선포되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늘 오후 3시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2명을 북측으로 송환 예정입니다."

7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돌연 '강제 북송' 논란이 불거졌다.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읽고 있던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문자메시지에는 이날 오후 3시에 북한 주민 2명을 북측으로 송환할 것이며, 이들의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지난 2일 삼척으로 내려왔던 인원들이며, 이번 송환과 관련해 국정원과 통일부간 입장 정리가 안 돼 추가 검토 예정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강제로 북한 주민의 송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는 곧장 파장이 일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일 북한 선원 2명이 북한에서 (동해 삼척으로) 내려왔는데 5일이 지난 오늘 오후 3시 판문점에서 서둘러서 북송하려고 한다"며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자 내용만 보더라도 이건 강제북송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관련 부서인 국정원과 통일부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문제의 북한 선원 2명이 자해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를 가지로 남쪽으로 내려왔을 수도 있는데 서둘러서 북송한다는 것이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통일부 "동료 승선원 16명 살해한 흉악범 추방한 것"
"3명이 공모해 16명 살해…이들의 귀순 의사 신뢰할 수 없어"


통일부는 이 같은 논란 끝에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지난 11월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11월7일 오후 3시 10분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는 11월5일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추방 의사를 전달했으며 북측이 11월6일 인수 의사를 확인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 주민법상 보호대상이 아니고 우리 사회 편입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 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등 당국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중순께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를 이유로 3명이 공모해 선장을 살해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승선원 15명을 추가로 살해했다. 공범 중 1인은 김책항에 재입했을 때 체포됐고, 나머지 2명은 다시 도주했다.

이들은 검거 이후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국은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들이 범행 후 자강도로 도망갈 것을 계획했고, 남하 과정에서 우리 해군의 통제체 몇 차례 불응하고 도주했으며, 귀순의사 표명에 일관성과 동기가 없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여전한 의문…살해 물증·추방 법률 근거 무엇인가
한국당 "성급한 강제 북송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야
"

다만 △명확한 살해 동기가 무엇인지 △3명의 선원이 어떻게 16명이나 되는 다른 선원을 살해할 수 있었는지 △이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물증이 확보됐는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이탈 주민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살인자는 귀순할 자격이 없는 것인지 △어떤 법률적 근거에 의해 추방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통일부 등 당국은 '상세한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에서 북한 주민 북송을 비공개로 처리하려 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의 북송 사실은 이날 오전 예결위 회의장에서 대통령 비서실 관계자가 받은 문자가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송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진 것에 대해 "전례가 없는, 사실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 당국자는 "유사한 메뉴얼과 여러 법령 체계를 갖고 있지만, 이 사안에 적절한 규정이 없어서 별도로 고려해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북한으로 추방한 주민을 두고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은 결국 범죄에 연루해 있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라고 물었고, 이 총리는 "난민법이나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국민이고, 또 현재 우리 관할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을) 우리나라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이 모두 북녘에 있고 사건 자체가 북녘에서부터 이어져 진실규명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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