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이 대안정치에게…"그래도 고맙다"
입력 2019.08.17 02:00
수정 2019.08.17 03:53
국고보조금 받도록 탈당 연기…'애증 관계' 놓인 평화·대안
국고보조금 받도록 탈당 연기
마지막 선물에 잔류파 "고맙다"
'애증 관계'에 놓인 평화·대안
민주평화당이 16일 평화당을 탈당해 남남이 된 제3지대 신당 구축모임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를 향해 "그래도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허영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안정치 집단탈당 사태와 관련해 "참담하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그래도 여기에서 한 가지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은 건, 나가신 분들이 마지막으로 평화당에 선물을 주고 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최고위원이 언급한 '선물'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에 따라 각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정당보조금)'을 의미한다. 대안정치는 12일 탈당을 선언했지만, 탈당계는 16일부터 발효되도록 했다. 국고보조금이 15일 지급되는데, 대안정치 탈당에 따른 의석수 차감으로 평화당의 보조금 수령액이 줄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만약 대안정치가 15일 전 탈당했다면, 평화당 보조금 수령액은 6억 원에서 2억 원으로 크게 줄 수 있었다.
허 최고위원은 "여러 이견이 있었을 텐데 하나로 모아 (평화당이)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보조금을 받도록 도와주신 것은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어쨌든 탈당과 분당이 됐는데, 서로 잘 되는 방향으로 기원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와 통화한 사실도 전하며 "유 대표께서 '우리는 하나다. 총선 전까지 꼭 하나가 돼서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꼭 잘 돼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다짐도 해본다"며 "감사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안정치의 탈당 연기 결정은 평화당과 사전 교감 없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침은 12일 대안정치 탈당 기자회견에서 나왔는데, 이후 열린 평화당 긴급회의에서 정 대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긴급회의에 참석한 잔류 의원들과 최고위원, 지역위원장들도 일순간 술렁거렸다. 정 대표는 "(탈당을 반대하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고 급히 둘러댔다.
대안정치 관계자는 "1년 이상 동고동락한 당직자들을 생각한 배려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은데 구조조정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느냐"며 "예산을 주고 나오면 그나마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정치는 정당 등록이 되지 않아 어차피 보조금을 못 받는다"며 "우리 몫이 민주당이나 한국당으로 넘어갈 바에 우리 식구들 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허 최고위원이 대안정치를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동시에 당을 떠난 이들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평화당은 대안정치의 탈당을 "탈당 쇼"라고 규정하고 "이제부터 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진정한 애증의 관계가 아니냐"라는 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대안정치를 겨냥해 "선거철 유랑단과 다름없다. 탈당 쇼와 신당 쇼, 이것으로 어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느냐"며 "당을 깨고 만드는 일을 밥먹듯 여기는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평화당은 이제 새로운 길, 가보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생각"이라며 "촛불 민심은 계속되는데 이걸 받아줄 정치 세력은 없다. 이것이 평화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