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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오지랖 중재' 비난에도 '저자세' 대북 접근

이충재 기자
입력 2019.04.16 05:00 수정 2019.04.16 06:05

수보회의서 "北형편 되는대로 장소‧형식 구애없이 만나자"

김정은 시정연설에 "변함없는 의지 높이 평가…크게 환영"

수보회의서 "北형편 되는대로 장소‧형식 구애없이 만나자"
김정은 시정연설에 "변함없는 의지 높이 평가…크게 환영"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 제안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 제안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 제안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며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선의(善意)'를 단편적으로 부각하며 정상회담 명분을 띄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화 의지'를 보였다기 보단 "올바른 자세", "똑똑한 방향"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조건부 대화'에 응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식 대화법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며 '미국식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과도 괴리가 작지 않다.

北 무례한 압박에도 "형편 되는대로 만나자"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 말라"는 김 위원장의 무례한 압박에도 오히려 자세를 낮춰 "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고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형식까지 북측의 '형편'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이 점에서 남북이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金 '우리 민족끼리'와 맞닿는 文의 미묘한 '화답'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주도해 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직후 가진 군장성 보직 신고식에선 "우리는 종전 후 70년 가까이 아직도 한미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전작권까지 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민족끼리'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발언과도 맞닿는 지점이 많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에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 "사대적 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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