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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지도체제 논의로만 세 번째 의총…'시계제로'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1.10 04:00 수정 2019.01.10 06:03

당권주자 5인 입장문 "집단지도체제 채택하라"

수면 위 떠오른 지도체제 논쟁, 더욱 격화될 듯

단일지도체제 채택시 월말 홍준표 등판 가능성

차기 지도체제 논의를 위한 의총, 벌써 세 번째
당권주자 5인 입장문 "집단지도체제 채택하라"


자유한국당 주요 당권주자들과 유력 중진의원들이 지난 3일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 주호영·이종구·김성태·이은재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주요 당권주자들과 유력 중진의원들이 지난 3일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 주호영·이종구·김성태·이은재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 심재철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이 차기 지도체제를 논의하기 위해 세 번째 의원총회를 연다. 물밑에서 전개되던 단일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 마찰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당권 레이스'가 시계제로 양상이다.

한국당은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체제를 논의한다. 지난달 19일, 26일 의원총회에서 논의에 부친데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이에 앞서 전날 당권주자 심재철·조경태·주호영·김진태 의원과 원외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공동입장문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단일성 지도체제는 당대표의 독주와 전횡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데다,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뉠 수밖에 없어 당의 역량을 스스로 왜소화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내년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회의 당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64%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고 답했다"며 "지도체제 문제는 당원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당원의 뜻에 따를 것을 압박했다.

공개적인 입장문을 통해 특정 지도체제 채택을 요구한 것은 지금껏 물밑에서 전개되던 차기 지도체제 관련 싸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격화시킨다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공동입장문을 내게 된 것은 현재 당의 의사결정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 몇몇이 특정 당권주자의 편에 서서 단일성 지도체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선 중진 유기준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의원 다수가 집단지도체제를 찬성하는데도 얼렁뚱땅 단일성 지도체제를 밀어붙이면 상임전국위나 전국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될 수 있다"며 "통과의례로 할 생각이면 의총을 아예 열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서 뚜렷한 총의를 모으지 못했는데도 보름이 다 돼가도록 후속 의총을 소집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별적 의사 취합'을 통해 7일 지도체제를 단일성 지도체제로 결정하고 10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어 이를 의결한다는 '시간표'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시간표'는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의 반발로 일단 좌초됐다.

오는 16일 의원 연찬회 직후 정확히 비대위 출범 반 년째가 되는 17일까지는 지도체제를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일 의총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하는 다수 의원들과 단일성 지도체제를 지지하는 일부 당권주자 세력 간의 정면 충돌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수면 위 떠오른 지도체제 논쟁, 더욱 격화될 듯
단일지도체제 채택시 월말 홍준표 등판 가능성


자유한국당 잔류파 성향 유력 당권주자들과 중진의원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회합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심재철·조경태·유기준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잔류파 성향 유력 당권주자들과 중진의원이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회합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심재철·조경태·유기준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내 일각에서는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이 힘을 싣고 있는 단일성 지도체제가 채택될 경우, 홍준표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당권 재도전에 나서면서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의 분열과 혼란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위원장과 홍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편안한 관계'가 아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오 위원장은 홍 전 대표와 맹형규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경합하던 서울시장 후보 경쟁에 끼어들어 승리, 결국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지난 2011년에는 당시 당대표였던 홍 전 대표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패배했다. 이후 '홍준표 지도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서울을 내주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이 사건은 결국 지도체제 붕괴로 가는 단초 중의 하나가 됐다.

홍 전 대표는 오는 26일을 전후해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인데, 지도체제가 단일성 지도체제로 결론날 경우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 등판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전권을 가까운 권한을 갖는 당대표를 오세훈 위원장이 가져가는 것을 홍준표 전 대표가 팔짱만 끼고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대표 후보 간의 TV토론이 벌어진다면 홍 전 대표는 자신이 대표였을 때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 뒷이야기 등 오 위원장을 공격할 소재가 아주 많다"고 귀띔했다.

전당대회가 이렇게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사생결단 당권 싸움으로 흘러간다면, 이 과정에서 간신히 봉합돼 있던 당의 여러 상처들이 덧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오 위원장도 그렇고 정우택 의원도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홍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전당대회 구도 등을 고려하면, 단일성 지도체제는 오 위원장이나 정 의원에게 유리한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입장문을 낸 당권주자들도 "단일성 지도체제를 유지한다면 대표 선거를 둘러싼 세 과시와 대립 등으로 가까스로 봉합돼가는 계파적·분열적 상처가 덧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집단지도체제가 숨겨진 갈등을 아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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