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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수장 교체에 나타난 최태원식 주마가편 경영

이홍석 기자
입력 2018.12.06 18:28 수정 2018.12.06 20:14

연이은 최대 실적에도 CEO 교체...이석희 사장 선임

현실 안주보다 미래 성장 초점...불확실성 리스크 차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4일 충북 청주 흥덕동 청주테크노폴리스에서 개최된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4일 충북 청주 흥덕동 청주테크노폴리스에서 개최된 SK하이닉스 M15 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SK하이닉스
연이은 최대 실적에도 CEO 교체...이석희 사장 선임
현실 안주보다 미래 성장 초점...불확실성 리스크 차단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전격 수장을 교체한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마가편(走馬加鞭)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의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럴수록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6일 이뤄진 SK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SK하이닉스의 최고경영자(CEO) 교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석희 사업총괄 사장(최고운영책임자·COO)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6년간 대표이사직을 맡아온 박성욱 부회장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성장 담당 겸 SK그룹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정보통신기술(ICT)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2선 후퇴했다.

이번 인사는 당초 박 부회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성욱 부회장은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은 뒤 회사를 본격적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오픈 마인드에 기반한 소통 경영으로 글로벌 3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 초 주주총회에서는 3연임에 성공했고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말 인사에서는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특히 부회장 승진 이후 지난해와 올해 성과가 눈부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 당기순이익 10조6422억원을 달성, 지난 2015년 세웠던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2년 만에 다시 썼다.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30조5070억원과 영업이익 16조4137억원을 달성,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확정된 상태로 연 매출 40조-영업이익 20조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부회장이 승진 이후 2년간 사상 유례가 없는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용퇴한 것은 최태원 회장이 현재보다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의 재계의 해석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와 올해 2년간 매출 70조-영업이익 30조를 달성하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서버·모바일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로 그동안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 대내외적 경영 환경 변수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반도체가 호황을 누려서 회사가 잘 나가고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한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자만감에 빠져 도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긴장의 고삐를 더욱 당겨서 제 2의 도약을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잘 달리고 있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주마가편의 경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측이 이번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대해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와 사업 성장에 따른 운영 효율화라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이 맞닿아 있다.

반도체의 초고속·저전력·고용량화와 미세공정 확대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초격차 기술 전략을 강화해 경쟁사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꾀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석희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성장을 통해 그룹의 주력 회사로 키워나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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