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충격패, 로드리게스 앞에서 '신사'였다
입력 2018.11.11 16:16
수정 2018.11.11 16:24
종료 1초 전, 불의의 리버스 엘보우 허용하고 KO패
5R 로드리게스의 흐름 끊는 경기운영 좌시 아쉬워
1년 9개월 만에 UFC 옥타곤에 돌아온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이 불의의 KO패를 당했다.
정찬성은 11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센터에서 펼쳐진 ‘UFC 파이트 나이트 139’ 페더급(63kg 이하) 메인이벤트에서 ‘랭킹 15위’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를 맞이해 승리를 눈앞에 두고 5라운드 종료 직전(4분59초) 리버스 엘보우 공격을 허용하며 KO패했다.
아시아 최초의 UFC 챔피언을 꿈꿔왔던 정찬성은 복귀 무대를 앞두고 “링러스트는 없다”며 부상 공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팬들도 화끈한 승리를 기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2월 성공적으로 복귀한 정찬성은 ‘최강 2인자’ 프랭키 에드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챔피언 경쟁에 뛰어들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매치 2주 전 다른 유형의 로드리게스를 만나게 됐고, 오랜 세월 기억에 남을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정찬성은 1라운드 초반, 무리하지 않고 탐색전을 펼쳤다. 태권도에 능한 로드리게스에게 강한 레그킥을 허용해 잠시 휘청했지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 이후 펀치로 선제 공격을 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2라운드에서 정찬성은 외곽에서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는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펀치를 휘두르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라운드 중반 로블로 반칙 공격을 당했지만 큰 문제없이 재개했다. 하지만 2라운드 후반 코와 입술에서 출혈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
3라운드에서는 펀치로 맞서는 정찬성을 향해 로드리게스의 킥이 이어지며 팽팽한 양상을 띠었지만, 4라운드 들어 정찬성의 묵직한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꽂히면서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앞선 라운드에서도 정찬성의 타격 정확도가 높은 상황이라 굳이 KO가 아니더라도 최소 판정승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정찬성은 화끈한 공격을 펼치며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우위임을 입증해갔다.
마지막 5라운드 들어서는 정찬성의 펀치가 더욱 매섭게 돌아가면서 로드리게스 안면에 출혈이 발생했다. 로드리게스도 주무기 킥은 물론 갑작스러운 테이크다운 시도까지 했지만 침착하게 펀치를 꽂는 정찬성을 당해내지 못했다.
정찬성이 최소한 판정승을 거둘 것으로 보였던 경기는 종료 직전, 믿기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공격을 퍼붓던 정찬성은 몸을 숙이고 있던 로드리게스 팔꿈치에 맞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로드리게스의 카운터가 터진 것이다.
자세를 낮추면서 펀치를 피한 로드리게스가 뒤로 올린 팔꿈치가 정찬성 턱에 꽂혔다. 로드리게스로서는 행운의 엘보우였다. 정찬성이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진 순간 종료 버저가 울렸다. 버저비터 같은 KO였다.
쓰러진 정찬성은 충격을 받고 한동안 잃어나지 못했지만 로드리게스의 승리가 확정된 후 옥타곤을 빠져나갔다.
버저비터와 같은 패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로드리게스가 5라운드 도중 팔을 들어 올리며 세 차례나 흐름을 끊었던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로드리게스는 세 차례나 팔을 들어 올리며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고 호흡을 골랐다.
라운드 시작할 때 서로를 격려하며 얼싸안은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라운드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로드리게스는 좀처럼 보기 드문 동작으로 거듭 흐름 끊었다.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정찬성은 매너 있는 '신사'로 보였다. 그래서 '파이터' 정찬성의 패배가 더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