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정찬성 ‘킥 마스터’ 로드리게스 공략법은?
입력 2018.11.11 07:43
수정 2018.11.11 16:27
11일 야이르 로드리게스와 페더급 매치
큰 킥 동작 때 노출되는 빈틈 노려야
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표범' 야이르 로드리게스(26·멕시코)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11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 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UFC Fight Night 139'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31·코리안좀비 MMA)과 맞붙기 때문이다.
정찬성은 프랭크 에드가와 매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인해 상대가 바뀌고 말았다. 정찬성 입장에서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에드가의 이름값은 높다.
승리 시 얻게 되는 결과물이 많다. UFC에서 흔치 않은 지명도를 가진 아시아 파이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타이틀 매치도 노릴 수 있었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상위 랭커가 아니기 때문에 정찬성이 승리한다 해도 곧바로 큰 기회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오랜만의 옥타곤 복귀 무대를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정찬성은 무조건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일단 로드리게스를 꺾고 건재를 과시한 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TUF 라틴아메리카1' 페더급 우승자 출신 로드리게즈는 오랜 세월 태권도를 수련한 파이터답게 다양한 발차기를 구사한다. 로우, 미들, 하이킥 등 기본적인 발차기는 물론 옆차기, 앞차기, 나래차기, 엑스킥, 돌려차기, 롤링 썬더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발차기의 숙련도와 다양성만 놓고 본다면 UFC 체급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정찬성을 아끼는 팬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에드가는 작은 신장(167cm)을 놀라운 활동량으로 상쇄하는 스타일이다. 믿기지 않는 체력에 맷집, 회복력 등이 매우 뛰어나 3라운드, 5라운드 가리지 않고 타격과 레슬링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작은 괴물이다.
반면 정찬성은 페더급에서 좋은 신장(175.26cm)을 바탕으로 자신의 거리를 만들어가며 상대를 파괴하는데 능하다. 오래 전부터 에드가와의 매치를 기다려왔던 정찬성은 자신의 장점을 살려 승리를 따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세워왔다.
패기의 로드리게스는 노련한 에드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빠르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점은 같지만, 에드가와 신장(180.34cm)부터 큰 차이가 있다. 정찬성보다 크고 스텝이 빠른 킥 마스터라는 점에서 에드가전을 대비해 짰던 전략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비교조차 민망하지만 한때 정찬성에게 참패를 안긴 조지 루프(37·미국)가 국내 팬들 사이에서 다시금 언급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에드가처럼 상위권에서 검증된 선수는 아니지만 크고 빠른데다 다양한 타격기가 돋보여 언제든지 변수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크호스다. 게다가 기량이 향상 중인 젊은 선수다. 패했을 때 데미지도 더 크다.
로드리게스의 발차기는 어떤 식으로 터질지 예측이 어렵다.
복싱의 잽처럼 능숙하게 발차기를 구사하는 선수라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상대를 상중하로 맹폭한다. 돌려차기, 옆차기, 스피닝 킥 등 보통의 파이터들이 많이 쓰지 않는 공격들을 쏟아내 상대의 공격 리듬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수시로 점프해 하이킥을 작렬하고,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서 뒤돌려차기를 감행한다. 몸을 거꾸로 뒤집어 킥을 차고 상대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가 공중에서 화려한 발차기를 시전하는 장면을 보면 마치 '무술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
생소한 유형의 기술이 많은 로드리게스는 한술 더 떠 다양한 페이크 동작도 섞는다. 힘 있게 발차기 하는 척하다 반대쪽 발로 차는가하면, 특유의 회전동작을 통해 상대에게 혼선을 준다.
들어갈 듯 말듯하면서 거리를 만들어낸 후 그에 맞게 발차기나 펀치를 하는 것은 물론 백스핀 블로우와 로우킥, 돌려차기 등이 연타로 들어가는 이색 콤비네이션도 위력적이다. 거리싸움을 하면서 자신의 공격 리듬에 맞춰 상대를 공략하는 방식을 즐기지만 기세를 잡으면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 마구 몰아붙이는 호전성도 있다.
로드리게즈는 단순한 발차기 마스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복싱, 레슬링, 주짓수 등 다양한 종목의 수련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과감하게 타이밍 태클, 유도식 다리후리기 기술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켜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가 하면 그래플링 공방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백을 잡히면 몸을 뒤집어 적극적으로 하체를 노린다. UFC 입성 전이기는 했지만 트라이앵글초크, 암바 등으로 경기를 잡아낸 적도 있다. 클린치 싸움 과정에서 붙었다 떨어지는 순간 기습적으로 날리는 하이킥, 팔꿈치 공격 등도 위협적이다.
물론 로드리게스는 약점도 많다. 큰 동작으로 킥을 할 때가 많다. 킥이 실패하면 빈틈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제대로 킥을 할 수 없어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타격 외 다른 능력치를 고르게 갖췄다고는 하지만 타격가 유형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
스탠딩, 그라운드 어느 쪽에서도 피니시 능력이 있는 정찬성이 초반에 거리만 내주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로드리게스를 잡아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찬성이 UFC 페더급 최강 아시아 파이터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