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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으면 이제 거울보시면 돼" 너무 닮은 자매…"내일 또 만나"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입력 2018.08.25 19:49
수정 2018.08.25 20:26

"보고싶으면 이제 거울보시면 돼" 너무 닮은 자매…"내일 또 만나"

눈물이 마르지 않는 南北 남매…"내일 하루 더 만난다" 애써 위로

"어릴 때 얼마나 귀여웠는데 주름살이 이렇게 졌어" 가족들 웃음보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동생 최성택(82)이 북측 누나 최성순(안길자∙85)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고싶으면 이제 거울보시면 돼" 너무 닮은 자매…"내일 또 만나"
눈물이 마르지 않는 南北 남매…"내일 하루 더 만난다" 애써 위로
"어릴 때 얼마나 귀여웠는데 주름살이 이렇게 졌어" 가족들 웃음보


25일 오후 5시 15분, 이산가족 상봉 둘째 날 단체 상봉 일정이 종료됐다. 테이블마다 또 한번의 헤어짐을 앞둔 이산가족들의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북측 누나 안길자(85·본명 최성순) 씨를 만난 최성택(82) 씨는 누나의 마를 줄 모르는 눈물에 가슴이 아프다. 길자 씨는 단체상봉에서 성택 씨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그후 20여분이 지나도록 계속 눈물만 지었다.

휠체어에 앉은 채 계속 눈물만 흘리는 누나에게 성택 씨는 "오늘 주무시고 또 만나"라며 '내일 하루 더 만난다'고 계속 달래는 모습이었다. 성택 씨도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기 힘든지 먼 곳을 바라보며 애써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은 남매는 서로 등을 두드리며 마음을 나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언니, 즉 북측 이모 신남섭(81) 씨를 만난 김향미(52) 씨 자매는 어머니가 살아생전 보관하던 남섭 씨의 졸업장, 상장 등을 전달했다. 향미 씨는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 나를 위해서 이렇게 간직했냐고…"라고 전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조카 안세민(80)과 남측 고모 안경숙(89)이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향미 씨는 이모 남섭 씨가 돌아가신 어머니와 똑같이 생겼다고 놀라면서 이모에게 어머니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게 내 사진이냐'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별 상봉 때 이모에게 "(언니가) 보고싶으면 이제부터는 거울을 보시면 돼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 강정옥(100) 할머니 가족은 반가움과 아쉬움에 지난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함께 웃었다. 정옥 씨의 동생 북측 정화(85) 씨는 "행복하고 감격이 넘쳐서 뭐라 말을 못하겠다"며 "감사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을까"라며 감격했다.

이어 막내 동생 강순여(82) 씨에게 "어렸을 적에 얼마나 깜찍하고 귀엽고 그랬는데 주름살이 이렇게 졌어"라고 말하면서 가족들은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순여 씨는 "언니 야학 다닐 때 내가 따라갔잖아. 근데 담임선생님이 와서 내가 숨어서 봤던 게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아"라며 과거를 추억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우리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북측 오빠 박범태(87) 와 남측 여동생 박언년(77) 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8년을 떨어져 살아온 남북 이산가족들의 이날 모습은 매일을 함께하는 여느 가족들과 다를 바 없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는 노남매, 북측 오빠의 얼굴을 보며 훌쩍이는 여동생, 어린 손자에게 과자를 건네주는 북측 가족, 이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남기는 가족들까지 곳곳에서 반가움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날 단체상봉 행사는 오후 5시 15분에 종료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둘째 날 일정이 마무리 됐다. 남북 이산가족은 다음 날인 26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작별상봉과 공동오찬을 남겨두고 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회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오후 북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카 김회완(55)이 북측 큰아버지 김용수(84)를 등에 업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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