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마주했던 이재성, 활짝 연 성공시대
입력 2018.08.04 10:04
수정 2018.08.04 10:04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도움 2개 맹활약
1부 승격 유력한 홀슈타인 킬의 주력 선수 입증
독일 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이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하며 성공 시대를 활짝 열었다.
홀슈타인 킬은 4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각) 독일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열린 2018-19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개막전에서 함부르크를 3-0으로 제압했다.
이날 4-2-3-1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후반전 팀의 선제골과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첫 도움은 후반 11분에 나왔다. 이재성이 상대 수비를 속인 뒤, 메퍼트에게 패스했다. 공을 잡은 메퍼트는 슈팅으로 함부르크 골망을 흔들며 이재성이 도움을 올렸다.
후반 33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이재성의 빠르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가 킨솜비의 원터치 슈팅에 이은 골로 연결되며 또 다시 도움을 추가했다. 이후 이재성은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37분 벤치로 물러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까지는 이재성의 쉽지 않은 결단이 있었다.
당초 이재성은 K리거 가운데 가장 유럽 진출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인들의 무덤으로 명망이 높은 전북서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세 차례 리그 정상을 이끌었고, MVP도 차지했다.
또한 2016년에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도 들어 올리면서 더는 K리그서 이룰 것은 없었다. 여기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으면서 해외 진출에 걸림돌도 없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이재성의 해외 진출은 지지부진했다. 러시아 월드컵 활약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를 꿈꿨지만 피지컬 등에서 뚜렷한 약점을 드러내며 한계만 확인했다.
가까스로 홀슈타인 킬 이적이 결정됐을 때는 K리그 MVP가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로 진출 하는 것을 놓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성의 유럽 진출 의지가 워낙 강했다. 더 큰 꿈을 위해 연봉 삭감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데뷔전만 놓고 보면 이재성의 과감한 선택은 옳았다.
소속팀 홀슈타인 킬은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3위에 올라 1, 2부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볼프스부르크에 1차전 1-3, 2차전 0-1 등 합계 1-4 패하며 아쉽게 1부 승격이 좌절됐다.
하지만 차기 시즌 1부리그 승격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서 2부로 강등된 함부르크를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대파했다. 함부르크는 올 시즌 홀슈타인 킬과 2부 리그 우승을 놓고 다툴 것이 유력한데 첫 대결부터 제대로 기선제압을 했다.
잠시 먼 길을 돌아가지만 차기 시즌에는 당당히 1부리거로 우뚝 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홀슈타인 킬은 1부 리그에 승격하면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1부 리그를 넘어 좀 더 높은 클럽에 몸담을 수 있는 길도 열린 것이다.
시즌 내내 주력 선수로 활약한다면 좋은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특히 홀슈타인 킬은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부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재성 역시 개막전 2도움으로 화답했다. 2부리그의 강호인 홀슈타인 킬에서 앞으로도 그의 공격적 재능이 만개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 경기 만으로 이재성의 성공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도 했다. 잠시 삭감했던 연봉과 내려 놓았던 꿈을 회복할 첫 길을 제대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