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하반기 2차 대전...신기술 무장 · 영토 확장 ‘잰걸음’
입력 2018.07.13 06:00
수정 2018.07.13 06:03
포털, 인식률 개선 등 UX 초점...이통사 라인업 확대
삼성전자 ‘빅스비2.0’ 적용 스피커 IFA서 출시 전망
삼성전자 ‘빅스비2.0’ 적용 스피커 IFA서 출시 전망
하반기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 선점 경쟁의 막이 올랐다. 기존에 나왔던 AI 인식률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의 확장이 이뤄지는 추세로 포털·이통사·제조사 등 업종 특성에 따라 접근방식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엄마 목소리가 들려”...네이버-카카오, 신규 모델 출시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업체들이 AI 스피커 고도화에 한창이다. 포문을 연 곳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양대 포털 업체는 각각 지난 4일과 5일 설명회를 열고 신기술을 접목한 AI 스피커 상품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AI스피커 인식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기존 70%의 인식률을 90%까지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AI기술로 각광받는 음성합성과 화자인식 기술도 스피커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예를 들면 AI스피커가 엄마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준다거나 사용자 지시를 수행할 때 원하는 연예인 목소리로 답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AI스피커 신규 모델을 조만간 내놓는다. 이미 일본에서는 데모버전을 공개한 바 있다. 효율적인 화자 인식을 위해 보통은 100시간 정도 걸리는 녹음 분량을 4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다.
카카오는 하반기 AI스피커 ‘카카오 미니’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카카오 미니는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재고가 없는 상황이다. 새로워진 카카오 미니는 교육과 가상화폐 등의 콘테츠가 추가됐으며 딜라이브 가입자는 TV에서도 연동 가능하다. 카카오톡을 읽어주는 기능도 나온다.
이 외 카카오의 통합 AI플랫폼 ‘카카오i' 확산에도 가속도를 낸다. GS건설 등의 공급 주택에서 카카오홈이 탑재될 예정이며, ’카카오 내비‘나 ’카카오 멜론‘등도 음성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포털이 스피커 자체 기술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통신사는 AI 음성 기능을 다양한 기기에 적용하거나 타 산업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AI스피커와 조명등을 결합한 ‘누구 캔들’을 선보였다. 기존 ‘누구’ 기능에 조명과 알람 기능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T맵에 AI 음성인식 기능을 포함시켜 ‘T맵X누구’도 선보인 바 있다.
기업간(B2B) 영역에서는 24시간 편의점 CU에 ‘누구’를 배치해 매장 근무 지원을 돕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SK텔레콤이 개발중인 누구 오픈 플랫폼 베타버전이다. 하반기 중 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3분기 중으로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에도 ‘누구’를 적용해 커튼이나 조명 등을 제어한다는 방침이다.
KT 역시 AI스피커 ‘기가지니’를 호텔 전용 단말로 내놓는다. 회사는 새로 개관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점에 기가지니를 294대 지원했다. 기가지니는 TV셋톱박스와도 연동돼 음성은 물론 시각정보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KT는 오는 18일 앰배서더 동대문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AI 호텔 서비스 전략을 공개한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맞손을 잡고 AI플랫폼 ‘U+ 우리집AI’를 제공중이다. 네이버의 AI스피커 ‘클로바’에 자사 사물인터넷(IoT)기능을 접목했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자사 AI서비스 ‘빅스비’를 탑재한 스피커를 출시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빅스비 스피커를 오는 8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8’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빅스비 애플리케이션개발지원도구(API)와 함께 업그레이드 된 ‘빅스비 2.0'이 적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빅스비 스피커에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현재 빅스비는 갤럭시S8 등 스마트폰과 에어컨,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에 적용됐다.
구글도 국내 안방을 공략한다. 구글은 ‘구글홈’과 ‘구글홈 미니’를 내달 중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국립전파연구원 전파 인증을 받기도 했다. 구글의 AI스피커는 유튜브· 무직·지메일·캘린더 등의 구글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단 구글이 얼마나 다양한 한국어를 인식할 수 있을지 인식률과 국내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활성화 변수다. 구글홈과 구글미니는 각각 15만원과 5만원대 수준이다. 한국의 통신사나 포털업체의 제품은 5만원 이하이다. 통신사의 경우 인터넷과 IPTV를 이용하면 사실상 ‘공짜’로 이용 가능하다.
하반기 AI 스피커 시장 선점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기업들이 뚜렷한 수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AI 플랫폼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추후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장악권을 차지함은 물론 수익화도 낼 수 있다.
한편 AI스피커 이용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연말쯤 글로벌 AI스피커 사용자는 1억명을 돌파하며 지난해보다 2.5배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는 2022년에는 3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올해 AI스피커 세계 이용자 수 점유율 3%를 차지하며 5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