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7만건" 변액보험 주치의 '유명무실'
입력 2018.05.30 06:00
수정 2018.05.30 06:12
"고객 불만 해소하겠다"…도입 반년 넘었지만
111명이 800만건 이상 관리…"보여주기 불과"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변액보험 주치의가 계약 7만건 당 1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을 둘러싸고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는 소비자 불만을 잡겠다며 생명보험사들이 저마다 전문 상담사를 두기 시작했지만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전히 변액보험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현실 속에서 주치의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22개 생보사가 이번 달 지정하고 있는 변액보험 주치의는 총 111명이다.
이 같은 변액보험 주치의 한 명이 관리해야 하는 고객은 산술적으로 7만명이 훌쩍 넘는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해당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보유계약(808만9491건)을 놓고 보면 주치의 1명당 계약은 7만2878건에 이른다. 최근 변액보험 가입자 유치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이 같은 숫자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준으로 생보사별 현황을 살펴보면 교보생명의 변액보험 주치의 1명당 계약이 24만64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이 21만564건으로 2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또 메트라이프생명(11만2917건)·미래에셋생명(10만9892건)·ING생명(10만6998건)·푸르덴셜생명(8만4072건)·삼성생명(8만968건)·DB생명(7만4934건) 등의 주치의 1명당 변액보험 계약 규모가 생보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변액보험 주치의는 해당 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펀드 선택과 변경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실시된 뒤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제도다. 생보사는 변액보험 판매 자격이나 종합자산관리사 시험 합격자만 주치의로 둘 수 있으며, 가입자는 전용 콜센터 등을 통해 이들로부터 변액보험 펀드나 시황 등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변액보험에 대해서만 별도의 전문 상담원까지 두게 된 것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판매와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너무 잦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변액보험에서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44%로 생보사 전체 상품들을 합친 평균(0.33%)보다 0.11%포인트 높았다. 1년 전(0.54%)보다 0.21%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상품군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변액보험의 상품 특성과 보험사의 사후 관리 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보험사의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이다. 동시에 가입 기간이 긴 보험 상품의 성격 상 변액보험은 통상 10년 이상 지속적인 수익률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보험 설계사 등이 변액보험 판매에만 치중하고 펀드 관리 등 유지 관리에는 소홀하면서 가입자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왔다. 보험사도 변액보험 자산 운용을 대부분 위탁하고 있어 자체적인 수익률 관리 체계가 부족하고 펀드 관련 정보 제공이나 상담 서비스도 미흡하다는 불만이 계속됐다.
변액보험 주치의 제도는 이런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도입 초기부터 생보사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함께 시작됐다. 변액보험 계약자들에게 펀드 변경 등 관련 조언을 해준 뒤 자칫 수익률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대량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변액보험 주치의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투자 자문이라기보다는 단순 상담에 불과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구조가 복잡한 데다 금융 시장 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가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인데다 중도 해지 시 손실 가능성이 높아 고객들의 불만이 집중돼 왔다"며 "단순 상담 수준의 주치의 제도로 큰 개선 효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