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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주의보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4.04 06:00
수정 2018.04.04 07:29

지난해 불완전판매 비율 1.76%로 생보사들 중 최고

신계약 1년 새 70% 급증…무리한 영업 부작용 우려

흥국생명의 지난해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이 1.76%로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 비율은 새로 체결된 보험계약 가운데 소비자가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판매에서 발생한 문제로 계약이 해지 혹은 무효가 된 비중을 가리킨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변액보험 가운데 흥국생명 상품에서 불완전판매가 가장 비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흥국생명이 다른 생보사들에 비해 눈에 띄게 변액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변액보험이 조만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시 재무적 장점을 갖는다는 보험사 입장에만 치우쳐 무리한 영업을 벌이다 소비자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5개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평균 0.44%로 집계됐다. 불완전판매 비율은 새로 체결된 보험계약 가운데 소비자가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판매에서 발생한 문제로 계약이 해지 혹은 무효가 된 비중을 가리킨다. 즉, 이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 상품 영업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다.

보험사별로 보면 흥국생명의 지난해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이 1.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KDB생명(1.50%)·라이나생명(1.47%)·신한생명(1.06%) 등 생보사들이 1%대를 기록했다. 이밖에 나머지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모두 1% 미만에 머물렀다.

건수로 보면 흥국생명의 변액보험에서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고 있는지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흥국생명 변액보험 관련 불완전판매는 407건으로, 이는 생보사 전체 발생 건수(3683건)의 11.1%를 홀로 차지하는 규모다.

해당 건수가 흥국생명보다 많았던 곳은 ING생명(588건)과 교보생명(526건) 등 두 곳뿐이었다. 다만, 같은 기간 흥국생명에서 맺어진 변액보험 신계약 규모가 2만3109건으로 ING생명(8만7155건)·교보생명(9만259건) 대비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은 흥국생명에서의 변액보험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빈번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맞물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흥국생명의 변액보험 영업 확장세다. 흥국생명이 지난해 유치한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는 전년(1만3760건) 대비 67.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생보사들의 총 변액보험 신계약이 78만7989건에서 83만2077건으로 5.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큰 증가 폭이다. 또 이는 지난해 2만건 이상 변액보험 판매를 기록한 10개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흥국생명뿐 아니라 최근 생보사들에게 변액보험 영업 확대는 공통된 과제다. 2021년 IFRS17이 도입되면 고객들에게 내줘야 할 보험금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변액보험은 여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어서다.

IFRS17의 핵심은 시가 기준의 부채 평가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 등을 중심으로 보험사의 재무 부담은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이익을 나눠주는 구조다.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단기간 변액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과한 영업을 벌이면서 부작용으로 불완전판매가 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흥국생명의 주력 영업 채널인 설계사 조직에서 판매된 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 비율이 2.02%로 생보사 중 유일하게 2%를 넘길 정도로 높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불완전판매는 통상 보험사가 당장의 영업 확대에 급급할 때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는 결국 고객들이 상품이 가진 단점이나 보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라며 "이에 따라 잠재적인 소비자 피해도 함께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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