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레반도프스키, 신태용호 굴욕일까
입력 2018.03.28 08:00
수정 2018.03.28 08:00
전반 45분만 뛰고 득점 기록하며 존재감
승리 확신한 폴란드, 전반 마치고 주전 대거 교체
신태용호가 강호 폴란드를 상대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각) 폴란드 호주프의 실레시안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지난 북아일랜드전에서 1-2 역전패를 당한 한국은 유럽 원정을 2패로 마감하며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폴란드는 역시 강했다. 하지만 한국도 후반 막판 3분 만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대등하게 맞섰다. 공수에서 조금만 더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대어를 낚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석패에 가깝지만 다소 찝찝함을 감출 수는 없다. 바로 전반전만 소화하고 사라진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때문이다.
이날 폴란드와의 일전은 세계적인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16골을 넣고 득점 1위를 차지한 특급 골잡이다. 분데스리가 절대 강자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공격수이기도 한 레반도프스키는 올 시즌에도 리그서 23골을 기록하며 부동의 득점 1위에 올라 있어 단연 한국 수비진의 경계 대상 1순위로 손꼽혔다.
한국 수비진으로서는 좀처럼 접하기가 쉽지 않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상대하며 월드컵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날 폴란드는 전반 시작부터 레반도프스키를 앞세워 한국을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초반에는 볼 터치에서 실수를 범하기도 한 레반도프스키였지만 전반 32분 한국 수비진을 무력화 시키는 위치 선정과 결정력으로 헤딩골을 뽑아내며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과시했다.
여기에 돌아 뛰는 움직임과 공간침투, 동료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는 그가 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 받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만 신태용호 수비진이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시간은 전반 45분뿐이었다. 전반 45분 터진 그로시츠키의 추가골로 2-0까지 앞서 나가자 아담 나왈카 폴란드 감독은 하프 타임 때 레반도프스키와 슈체스니 골키퍼 등 일부 주전 선수들을 교체시키는 여유를 부렸다.
사실 신태용호가 후반 초반부터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는 나왈카 감독이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한 이유도 컸다.
한국 입장에서는 잘 싸우고도 다소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한국이 홈경기에서 전력이 떨어지는 약팀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일찌감치 2골을 넣고 승리를 확신한 나머지 손흥민을 뺀 것과 다름없다. 만약 한국이 전반전에 리드를 잡았더라면 폴란드는 홈 관중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기 위해 레반도프스키가 계속 그라운드를 누볐을 가능성이 컸다.
물론 이 역시 결과론에 불과하다. 다만 러시아 월드컵 최약체로 꼽히는 한국을 상대로 폴란드가 더는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면 이 또한 굴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