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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정근우, 4년 전 SK 잔류했다면

김윤일 기자
입력 2018.01.21 07:31 수정 2018.01.21 10:04

한화로부터 계약 기간 2년 조건 제시 받아

4년 전 잔류했다면 팀의 레전드로 남았을 듯

다시는 볼 수 없을 정근우의 SK 유니폼. ⓒ SK 와이번스 다시는 볼 수 없을 정근우의 SK 유니폼. ⓒ SK 와이번스

FA 재자격을 얻은 ‘역대급 2루수’ 정근우(36)의 겨울이 순탄치가 않다.

현재 정근우는 원소속팀 한화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근우는 에이전트를 선임, 자신의 개인 훈련에 몰두하며 협상 진행 과정을 모두 일임했다. 하지만 한화 구단과 에이전트는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계약기간과 총액 등에서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화 구단이 정근우의 잔류 조건으로 내민 제시안은 계약기간 2년이다. 박한 평가에서 비춰봤을 때 제시 금액 역시 대박과는 크게 거리가 멀 것으로 예상된다. 적지 않은 나이의 정근우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FA 계약이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한화 구단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팀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FA 시장은 물론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도 엄청난 돈을 퍼부었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고 여전히 가을 야구에 손이 닿지 않고 있다.

결국 한화는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을 천명했다. 팀이 리빌딩에 들어갔을 때 나이 많고 고액 연봉자들의 정리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지난 4년간 ‘모범 FA’로 팀에 크게 기여한 정근우가 이 그물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정근우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14년 4년간 70억 원의 대박을 치며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계약 기간 내내 특급 성적을 유지했다. 4년간 타율 0.312 47홈런 244타점 81도루를 기록했고, 이 기간 득점과 도루 부문은 팀 내 1위였다. 선수 입장에서는 두 번째 대박을 요구할 명분이 확실한 셈이다.

시계를 잠시 4년 전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 당시 SK 소속이었던 정근우는 원 소속팀 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한화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다고 SK가 협상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다. SK는 정근우와의 최종 협상이 결렬된 뒤 “구단 자체 최고 금액인 4년간 총액 70억 원을 제시했지만, 정근우가 80억 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협상에 실패했음에도 진행과정과 액수를 공개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그만큼 SK의 실망이 대단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근우는 당시 규정에 어긋나는 템퍼링(사전접촉)은 물론 이면 계약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고, SK팬들의 엄청난 비난은 덤이었다.

SK는 2000년대 말 왕조를 이뤘던 멤버들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고 있다. 정근우가 한화로 떠난 이듬해 최정에게 역대 최고액인 4년간 86억 원의 초대박을 안겼고, 부상으로 1년을 통째로 날린 김광현도 85억 원으로 크게 대접해줬다. 김강민(4년 56억 원), 박정권(4년 30억 원), 조동화(4년 22억 원)도 마찬가지였다.

KBO리그 역대 2루수 WAR 순위(스탯티즈 참조).ⓒ 데일리안 스포츠 KBO리그 역대 2루수 WAR 순위(스탯티즈 참조).ⓒ 데일리안 스포츠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정근우가 4년 전 SK에 잔류했다면 지금처럼 찬바람을 맞지 않았을 것이란 게 야구팬들의 중론이다. SK가 팀 프랜차이스 스타에게는 확실하게 대접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이적을 택했고, 이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오롯이 선수 몫으로 남았다.

정근우는 SK, 한화를 넘어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2루수로 손꼽힌다. 실력만큼은 과거의 선배들을 모두 뛰어넘었고, 현역 2루수들 중에서도 당장 정근우에 근접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한화 이적 후에도 전성기 기량을 유지했고, 이는 앞으로도 몇 년은 거뜬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정근우에게는 본인의 바람과 크게 먼 초라한 계약 조건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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