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칼잡이의 비망록…외상센터의 민낯
입력 2017.12.16 22:32
수정 2017.12.16 22:32
절망 가득한 이국종 교수 비망록
11월의 탈출극, 다시 주목하게 된 인물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25세의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가 총탄을 무릅쓰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 한국 땅으로 넘어온 것이다. 5발의 총상을 입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그를 대수술 끝에 살려낸 사람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해 일약 '국민 영웅'이 됐던 그는 북한군 병사를 살려내며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가 소속된 권역외상센터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6년 만에 다시 '이국종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27만 명의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내년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삭감을 계획했던 정부는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이국종 교수는 기대도 희망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왜 절망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국종 교수의 비망록 101장의 전문을 입수했다. 틈틈이 메모해온 그의 비망록엔 권역외상센터 안에서 일어나는 숱한 좌절과 절망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권역외상센터 안 통제구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138명의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실태 조사 및 221명의 전국 의과대학생들의 전공 분야 선호도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에서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의료진들이 60.9%, 한 달 중 야간 근무를 한 횟수는 '7일~10일'이 42%로 가장 많았다. 또한 전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서 무려 88.7%가 '외상 외과를 선택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규정상 권역외상센터는 한 곳당 최소 20명의 전담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올해 6월 이 기준을 충족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전문가들은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명의 영웅'을 만드는 것보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대한민국 중증외상의료체계의 실체를 밝히고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헌신과 그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