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 빅5 눈부신 성적 계속…커지는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입력 2017.11.04 07:00
수정 2017.11.04 10:20
1~3분기 5대 손보사 순익 2조5137억…전년比 26.8%↑
사라지는 실손보험료 인하 반대 명분…보험사 부담 증폭
국내 빅5 손해보험사들이 3분기에도 모두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는 손보업계 최초 연간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다른 곳들도 1년 새 순익 규모가 20~30%나 불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에 실손의료보험료 인하에 반대할 명분이 점점 사라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손보사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2조513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825억원) 대비 26.8%(5312억원) 증가했다.
손보사별로 보면 이 기간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7556억원에서 1조44억원으로 32.9%나 늘면서 올해 들어 9개월 만에 1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남은 4분기에 적자만 내지 않으면 올해 순익 1조원을 채우게 됐다. 서울 을지로 사옥 매각에 따른 2000억원의 이익이 올해 초 반영돼 실적이 더 불어 보이는 면도 있지만, 손보사 중에 연간 순익 1조를 넘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삼성화재에 이어 손보업계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실적도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대해상은 3369억원에서 4060억원으로, 동부화재는 4193억원에서 5252억원으로 순익이 각각 20.5%(691억원)와 25.3%(1059억원)씩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아직 이들에 비해 이익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가장 가파른 성장세로 경쟁사들을 긴장케 했다.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2218억원에서 33.8% 급증한 2968억원을 기록했다. 손보 빅5의 또 다른 멤버 중 하나인 KB손보의 당기순이익 역시 2489억원에서 2813억원으로 13.0%(324억원)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성적 상승에 따른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료를 내리라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처럼 실적이 개선되면 인하 여력이 없다는 보험사들의 주장은 점점 힘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함께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꾸리고 내년 상반기 실손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실손보험료의 적정성 여부를 분석해 보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를 인하 여력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진 분위기다. 최 위원장은 지난 달 열린 보험 최고경영자·경영인 조찬회에서 "앞으로 실손보험료 인상 원인을 비급여 관리 부재로 인한 높은 손해율에 돌린다면 보험계약자나 시장이 이를 이해하고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보험료 인하 여력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통계적으로 산출, 검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여전히 손실을 안겨주는 상품이지만 회사의 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를 꺼내놓고 얘기하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보험사들이 내년 보험료를 예전처럼 크게 올려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