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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전 정부 '먼지털기' 파헤치기...한국당 '위기감·분노'

문현구 기자
입력 2017.07.18 12:57
수정 2017.07.18 13:12

홍준표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쇼 시작"

여권발 '사정공세', 오히려 보수 결집 계기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초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직전 정권의 집권당이자 현'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잇단 여권발(發) '과거사 들추기'에 점차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300건의 문건을 공개한 것을 비롯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구성과 4대강 감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 비리 수사 등 전 정권의 여러 국책사업을 둘러싼 현 정권의 전방위 사정 공세가 강도를 높여가는 것에 대해 한국당이 점차 '강 건너 불구경'으로 대할 수 없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홍준표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쇼 시작"…작성자 불명 서류뭉치로 국민 상대 선전전"

당초 한국당은 강경 대응보다는 '정중동'의 자세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워낙 바닥을 치고 있는 여론 등을 감안해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고민의 배경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까지 한데 묶어 보수 정권을 겨냥하고 있는 여권의 사정 반경이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새 정부 집권 후 1년 정도는 이런 식의 '과거사 파헤치기'가 계속될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18일을 기점으로 한국당의 분위기도 '맞대응' 전환으로 나서는 기류가 감지됐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투톱 지도부'에서 매서운 비판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이 잇달아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강도를 높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정치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라면서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 정권 비리캐기' 수사는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을 빌미로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이 작성 불명의 서류 뭉치를 들고 생방송 중계리에 국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연간 300억 달러의 이익이 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당하고도 사태의 심각성도 숨긴 채 검사가 하부기관인 국정원에 파견 나가 과거사 미화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제의 핵심을 '정치보복 쇼'로 바라보면서 역대 정권마다 이뤄지던 '전 정권 비리캐기'의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문건 공개도 인식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전임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지난 14일 청와대 민원실에서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번 청와대 문건 공개와 관련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앞세워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가 이 자료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다고 해서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겼는데, 구분이 안 됐다면 당연히 전임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의를 하거나 대통령 기록관리 전문위원회에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다"고 이의제기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생중계 요청까지 하면서 자료를 공개한 것은 여론몰이식 공세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려는 청와대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통령 기록물까지 넘겨주면서 노골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유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태스크포스(TF) '정치보복' 규정…여권발 '사정공세', 오히려 보수진영 결집 계기로도

그러면서 "이번 조치(문건 공개)는 충분히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이런 적법성과 의혹 제기의 문제를 만들 수 있는 소지를 충분히 남겼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운영도 한국당 입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부분이다. 해당 태스크포스에선 국정원 댓글 사건 등 13개 조사 항목을 확정해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이 "전(前) 대통령과 연루된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 대통령도 못 부를 이유는 없는 것이냐"란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게다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에서 국정원 개혁 로드맵 설정에 참여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가정보원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대가가 어떤 건지 보여줄 것이다. 단언컨대 참혹한 결과를 맞을 것이다"며 사정공세에 대해 맞장구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한국당 측에선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과거사 조사 중단을 요구할 방침이다. 국회 정보위 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국가정보기관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태스크포스를 해산하고 과거사 조사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과제를 한다면 좌파 정부 때도 합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출신의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도 태스크포스 운영과 관련해 "당에서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여권발 사정공세가 심해질 경우 오히려 보수 진영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를 관망하던 구여권이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는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성해야 한다는 것은 당내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보수진영을 흐트려놓기 위한 여권발 공세가 강해지면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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