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법인의 이유 있는 순매수 행진
입력 2017.06.16 06:00
수정 2017.06.16 08:22
상법개정안 도입 전, 의결권 강화 차원으로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지난 4월 2조4500억 규모 자사주 매입 공시
올해 투자자 누적순매수 부문에서 외국인 다음으로 기타 법인이 가장 많은 매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올해 투자자 누적순매수 부문에서 외국인 다음으로 기타 법인이 가장 많은 매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사내유보 과세 정책 도입에 이어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던 2015년 이후 기타법인의 순매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는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 법안 통과를 앞둔 만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더욱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올해(1월1일~6월15일) 3조2411억 원 어치를 순매수해 1위인 외국인(8조6582억)에 이어 투자주체별 누적순매수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타 법인의 순매수 누적금액(7330억)대비 약4.5배 증가한 수치다.개인과 기관은 현재 누석순매수에서 각각 -4조7998억 원,-7조773억 원을 기록하며 매수보다 매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법인은 통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은 비금융기업으로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에서 개인, 외국인, 증권, 보험, 종금, 사모펀드 등을 제외한 국내 법인을 뜻한다. 금융권 기업을 제외한 일반 상장 기업의 주식 투자 활동을 하는 주체로, 이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기업간 투자가 활발할 때 기타법인의 누적순매수금액이 올라간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기타법인의 순매수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의 영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주주가치 극대화와 지배구조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총 9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총 2조4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 팀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법인의 순매수 금액이 높아진 것"이라며 "보통 자사주 매입하는 이유는 회사가 주식이 싸다고 판단될 경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높이고자 매입하기도 하며 합병할 경우, 합병 기준가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타 법인의 지난 순매수누적액의 추이를 보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며 순매수 규모도 점차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사내유보 과세'를 도입한 후 기업들이 세금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이며 더욱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한 해 기타 법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2조6134억 원을, 2014년엔 -1조1146천 억 원으로 점차 매도 비율이 줄어들다가 삼성전자가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던 2015년 5조3000억 원의 누적순매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계류된 자사주 의결권제한 법안을 의식해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자사주 매입이 보다 잦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부활하게 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행보를 두고 지주회사 전환의 움직임으로 보는 이유도 이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 연구위원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기 전인 현재는 회사가 들고 있는 자사주가 지주회사로 전환했을 때 의결권이 되살아나는데 이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이 속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